출판사 제공 책 소개

사람은 많은데 정작 쓸 사람이 없다? 일자리가 문제다. 구직난이 점점 심해지면서, 청년들은 취직하는 게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동시에 최악의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고용주들의 하소연도 끊이지 않는다. 여전히 전 세계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20~30대 생산직 채용에 만성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지 일부 제조업만 문제인 것이 아니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조차 인재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회사가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오늘날 많은 고용주들이 빈자리를 채우고 싶어도 적당한 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드물고, 회사가 제공하는 수준의 급여를 받고 일하려는 직원을 찾아볼 수 없다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노동시장을 둘러싼 뿌리 깊은 오해와 편견을 들여다보자 그러나 적임자를 찾을 수 없다는 고용주들의 주장과 달리, 터무니없는 조건을 채용 자격으로 내세우는 기업들을 탓하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입사 지원자들의 업무 기술이 부족하다는 고용주들의 주장에 대해, 피터 카펠리는 이른바 ‘기술 격차(Skills Gap)’ 현상을 분석하고 세계적으로 인력 채용이 힘든 직종 10개를 비교하면서 기술 부족과 채용 문제를 연관시키기에는 근거가 희박하다고 반박한다. 또한 기대 임금과 실제 임금의 불균형에 대해 “구직자들이 너무 높은 급여를 원한다기보다는 시장에서 형성된 임금 수준이 문제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채용할 만한 인재를 찾을 수가 없다”라는 말과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필요한 액수의 급여를 지급할 수 없거나 지급하기 싫다”라는 말은 다르다는 것이다. 즉 이것이 구직자의 문제라기보다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으려 하는 고용주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고 본다. 그런가 하면 고용주들은 구직자들의 기술 부족뿐 아니라 경험 부족도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험을 갖추려면 전에 완전히 똑같은 일을 한 적이 있어야 하고 이는 결국 고용주 스스로 구인난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지만 너무나 명백하고 중요한 문제 최근에는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에 필요 이상의 학력을 가진 구직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구직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고용주는 좀 더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을 선택하려 하기 때문에, 결국 구직자들이 불필요한 교육을 받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또 고용주들이 취업과 동시에 실제로 일을 수행할 능력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바라기 때문에 실무 경험을 쌓으려는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무 경험이란 이미 그 일을 했던 사람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간판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초보 구직자들은 취직을 해야 쌓을 수 있는 경험을 취직도 하기 전에 미리 쌓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피터 카펠리 교수가 지적하듯, 이는 업무를 수행할 능력은 있지만 요구 조건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 구직자들에게 당혹감을 준다. 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 무급 인턴사원 제도다. 지금은 이런 인턴사원 제도가 워낙 성행하다 보니 자기 돈을 내면서까지 인턴 경험을 쌓으려는 상황마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가능하다. 이것이야말로 유능한 사람들이 구직에 실패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세탁기 부품을 교체하는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채용 과정이 홈데포(Home Depot)에서 가정용 소비재를 구매하는 일과 같다고 생각한다. 즉 회사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과 세탁기의 부품을 교체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긴다. 세탁기에 새 부품이 필요하면 상점에 가서 원하는 부품을 찾은 뒤에 제 자리에 끼워 넣기만 하면 된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고용주들은 지원자들이 세탁기 부품과 마찬가지로 업무 요건에 딱 들어맞는 정확한 사양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홈데포에서 부품을 구입하는 것과 현실에서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기계 부품과 달리 자격 요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지원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기계 부품처럼 빈자리에 완전히 들어맞는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만 채용하려 든다면 노동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생겨난다. 이런 시스템의 희생자인 구직자들만 탓한다면 문제는 더욱 악화될 뿐이다. 고용주와 구직자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찾아 기업이 직원을 구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대개 생산성 증가에만 관심을 가져서 구직자들에게 터무니없이 까다로운 자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제를 일으키는 장본인은 어쩌면 고용주 자신이다. 지원자가 차고 넘치는 현실에서 고용주는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무 교육이나 교육 훈련 등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입사해서 곧바로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규격화된 직원만 바라는 상황은 장기적으로 회사와 국가 경제 모두에 피해를 준다. 고용 시장이라는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걸려면 고용주와 구직자를 연결해 주는 참신한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 회사에서 직접 채용 후보를 교육하고 우수자를 선발하는 방법, 회사에서 교육기관을 운영해 이수자를 채용하는 방법,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합작으로 교육하거나 일대일 도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피터 카펠리 교수는 채용 과정이 부품을 교환하는 일이 아니며,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각자의 능력과 성향에 맞춘 성과를 낼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책 『부품사회』는 그러한 세상을 만들고자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한 짧지만 강력한 신호탄이 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