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보 제24호 석굴암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석굴암 그 이념과 미학』의 저자 성낙주가 혼신을 다한 연구 끝에 밝혀낸 석굴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
‘편견을 깨는 새로운 석굴암 연구’로 평가받으며 기존 학계의 ‘석굴암론’에 이의를 제기했던 『석굴암 그 이념과 미학』의 저자 성낙주가 1960년대 석굴암 복원공사 이후 50여 년 동안 이어진 ‘석굴암 원형논쟁’을 총망라한 『석굴암, 법정에 서다』를 내놓았다. 창과 방패의 논리로 일관하던 기존 학계의 석굴암 인식에 의문을 품고 20여 년이 넘는 세월을 석굴암 연구에 바친 저자는 광창설, 중각석굴설, 샘물 위 축조설, 전각제거설 등 이른바 ‘석굴암 원형논쟁’이라 불리는 기존 쟁점들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동안 석굴암이 자리한 토함산의 현실과 건축 원리에 어긋난 견해들이 석굴암의 진면목을 가려왔다고 말한다.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백가쟁명 식으로 제출된 각종 논점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다양한 문헌자료와 시각자료를 종횡으로 엮어 굴곡진 석굴암의 20세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저자는 학계가 미처 챙기지 못한 토함산의 기상자료까지 예리하게 살펴 기존 석굴암 담론과는 정반대의 입론에 도달하며, 1300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석굴암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신화와 환상을 걷어낸 석굴암의 맨얼굴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2. 석굴암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찾아 나선 긴 여정
석굴암 원형논쟁의 불씨, 1960년대 복원공사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석굴암, 법정에 서다』는 말하자면 ‘불편한 진실’을 찾아 나선 긴 여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는 석굴암 원형논쟁의 불씨라 할 수 있는 1960년대 공사에 대해서 “원형을 훼손한 공사”로 비판하는 학계의 입장과는 달리, 일제의 전리품으로 전락했던 석굴암을 “본연의 종교성전으로 되살려낸 광정의 대기록”으로 재평가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저자는 석굴암의 20세기를 우리 민족의 근대사에 비춰 통사적으로 재정리하는 등 학계에서 내놓은 가설들의 이면에는 반역사적인 성격이 배어 있음을 지적하는데, 기존 학계의 논리대로라면 종교성전으로서의 석굴암 본연의 존엄과 기능을 잃는 것은 물론 토함산의 악천후에 속수무책으로 망가지던 일제 강점기의 ‘박제된 고대유적’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환상이나 신비주의에서 벗어나 바다에 면한 해발 575미터 토함산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는 석굴암의 현실을 직시하기를, 석굴암에 덧칠된 일제의 햇살 이야기를 걷어내기를, 이제라도 석굴암 연구가 원형논쟁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제 설정에 나서야 함을 이야기하며, 그렇게 할 때에야 비로소 석굴암의 실체적 진실이 조금이라도 밝혀지고 나아가 석굴암 담론이 풍성해질 거라고 지적한다.
3. ‘민족의 판타지’로 떠오른 석굴암의 현주소
실사구시의 눈으로 ‘석굴암 원형논쟁’을 해부하다
‘제1부 햇살 신화’에서는 우선 동해의 아침 햇살이 석굴암 본존불의 백호를 비춘다는 ‘햇살 신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포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저자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민족의 신화로 부상해 있는 동해의 아침 햇살 이야기를 일제의 태양 신앙이 투영된, 일본인들이 ‘만들어낸’ 달콤한 문화식민사관의 하나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석굴암의 원형은 개방구조다’나 ‘광창이 있었다’ 등의 가설 역시 진의가 어디에 있든 일본식민사관에 봉사하는 결과라고 덧붙이며, 일본의 햇살 신화에서 파생된 ‘광창설’과 ‘홍예석 철거론’, 석굴암이 석굴사원이 아닌 그리스나 로마에서 유행한 대리석 신전과 비슷한 ‘일반 건축물’이라 주장하는 ‘중각석굴설’도 함께 살펴본다.
‘제2부 석굴암의 20세기’에서는 구한말의 석굴암의 실상에서부터 총독부의 개축공사의 명암을 살펴보고, 석굴암 원형논쟁의 씨앗인 1960년대의 문화재관리국 복원공사 과정을 상세하게 다룬다. 이와 함께 석굴암 논쟁에서 가장 주요한 쟁점으로 부각된 ‘개방구조설’과 우리나라 학계의 ‘철거지상주의’,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석굴암 위기론’의 배경을 살펴본다.
‘제3부 석굴암, 역사의 법정에 서다’에서는 그동안 과학 전공 연구자들이 제출한 석굴암 담론들을 중점적으로 조명한다. ‘광 속의 옷장론’, ‘샘물 위 축조설’ 등 과학이 과학을 배반하는 논리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토함산의 기상을 보여주는 자료를 통해 1960년대 복원공사 때 세운 전각의 당위성과 실재 고서에서 발견되는 전각 실재의 증거들을 살펴본다.
4. 인류의 문화유산이 된 석굴암을 지키는 방법
“과학자의 눈길로 응시하고, 시인의 상상력으로 연구해야”
석굴암은 단순히 불교문명의 산물이 아니다. 동서양의 경계를 뛰어넘은 건축, 토목, 조각, 수리학 등의 위대한 실험들이 응집된 문화유산이다. 여기에 신라인의 예술적 영감이 더해져 절대 조화의 경지에 이른 것이 석굴암이다. 저자는 석굴암의 창건주 김대성이 자신의 깨우침을 석굴암이라는 조형언어로 구조화시켰듯이, 오늘날 석굴암 연구 역시 “과학자의 눈길로 응시하고, 시인의 상상력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환상이나 신비주의의 눈으로 석굴암을 바라본다면, 소모적인 논쟁에 묶여 우리의 석굴암 연구가 ‘근대’에 머문다면, 고대 동서양문명의 꽃이자 예술혼의 절정인 석굴암은 이내 우리 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