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
기본 정보
    원제
    친구
    제작 연도
    2001
    국가
    한국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시간
    59분
    연령 등급
    전체 관람가
    내용
    관악 장애인재활센터 '함께사는 세상'에는 20여명의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 중 자폐인 상훈은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살아간다. 바쁜 엄마는 센터까지 데려다주지 않고 버스만 태워보내는데 그러던 어느 날, 상훈이 행방불명된다. 가족들은 애달파하며 상훈을 찾고 평소에 '형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어린 동생도 형을 보고 싶어한다. 한참만에 돌아온 상훈을 반갑게 맞이하는 센터 식구들. 이제 아버지는 센터까지 상훈을 데리러온다. 두 번째 이야기. 허중은 구청에서 주관하는 장애인의 날 행사에 달리기 선수로 참여하게 되었다. 봉천9동 대표로 참여한다는 말에 자부심을 가지고 틈틈이 달리기 연습을 한다. 그러나 행사장에 가보니 대회 종목은 그냥 달리기가 아니라 '휠체어 달리기'이다. 그래도 열심히 참여하는 허중. 비록 꼴찌였지만 허중은 장려상을 받고 기뻐한다. 세 번째 이야기. 센터에도 왕따는 있다. 광수는 일을 잘 못하고 기분이 나쁘면 자해를 하기 때문에 다른 회원들이 싫어하지만 집에서는 장손이라 귀하게 여겨 항상 5천원의 용돈을 갖고 다니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광수는 5천원을 잃어버리고 센터 선생님들과 회원들은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며 범인을 찾는다. 결국 범인은 경수로 밝혀지는데 세 번이나 돈을 훔친 경수는 제주도 여름캠프를 가지 못하는 벌을 받게 되지만 센터 친구들이 "한 가족이니 데려가자"고 해서 무마가 된다. 경수의 손을 잡아주는 광수. 회원들은 광수형이 돈을 잘 잃어버리니 도와주자며 악수를 한다.  "언제부터 장애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까?" 를 만든 후, 많은 사람들은 내게 그런 질문을 해온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가슴속에서 뭔가가 북받쳐오르는 것을 느낀다. 할 말이 너무 많아 말문이 막히는 그런 심정. 나는 관악 장애인재활센터에 가기 전까진 장애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내가 처음 접한 다큐멘터리는 노동자뉴스제작단의 작품들이었고 처음으로 제작에 참여한 것은 이었다. 나는 그런 종류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다. 아주 오래 전에 정치활동가를 꿈꾸었던 것처럼 난 영상활동가이기를 바랬다. 28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다큐멘터리를 시작한 것은 나의 카메라가 무기가 되기를 바라는 그런 간절함 때문이었다. 99년 10월, 관악장애인센터의 정신지체인들을 만나면서 난 그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접하는 새로운 유형의 사람들. 그들은 나를 반겨주었고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었다. 세상에 치여있던 시간들이었나 보다. 나는 우리 엄마에게, 내 친한 친구에게, 잡담하듯 내가 겪은 일을 얘기해주고 싶었다. 첫 작업은 평생의 화두로 삼을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오랜 주눅을 잠시 잊고, '난 그냥 잡담을 하는 거야' 하는 생각을 하며 관악장애인재활센터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난 지금, 센터에서 살고 있다. 산다는 것은 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분명한 마디들로 채워져야 한다고 믿고 살았다. 10살의 나, 20살의 나, 30살의 나. 그 모든 시간들을, 그리고 시간 속의 변화들을 설명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요즘 난, 사는 건 그저 길모퉁이를 걷는 것처럼 미지의 어떤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홍보물 때문에 센터를 찾고, 우리 회원들을 만나고, 영화를 만들고, 그러다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고…. 그리고 남편이 장애인목회를 계획하는 성직자이듯 난 장애인영화를 만드는 영상활동가이고 싶다. 난 사람들이 날 감독이라 부르는 게 싫다. 또 난, 내가 영화인으로 분류되지 않았으면 한다. 난 그저 생활인이고 싶다. 매일 살아가는 일을 일기로 기록하듯 나는 내가 선택한 이 곳에서 내 이웃의 얘기를 하고 싶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내 이웃은 정신지체인들 일 것이다. 는 이제 막 직업인이 되어 가는 내 이웃들의 두 번째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결혼, 그룹홈, 공동체…. 그건 특별하지 않은 내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정확한 시선으로 내 이웃들의 모습을 그려낼 때, 함께 사는 세상은 좀 더 빨리 올 거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