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코어: 스크린 성 해방

어째서 스크린 섹스가 1960년대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정치, 문화, 산업 등 당대 다양한 맥락의 검토가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도드라진 맥락은 특히 유럽과 미주를 중심으로 영화의 음란성과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사법적 검토들이다. 1969년 덴마크가 포르노그래피를 합법화하고, 미국 존슨 행정부는 대통령 조사 위원회를 꾸려 외설과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사법적 근거를 구축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존 램의 <하드코어: 스크린 성 혁명>은 이 위원회의 활동을 다루는 동시에 이에 대한 종교지도자, 대학생, 평범한 주부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20세기 초부터 등장한 스태그 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하드코어 영화들의 노골적인 장면과 표현의 자유에 입각한 여러 인터뷰와 나레이션을 병치하는 영화의 전략은 관객들로 하여금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과 판단을 하도록 요구한다.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개인의 성숙한 도덕과 자세를 강조하는 엔딩은 어떤 애매모호함을 남기지만, 영화는 스크린 섹스에 대한 당대의 욕망과 더불어 검열과 사회적 통제에 대한 흥미로운 담론적 분석을 시도한다. (박진형)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