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920년대로 돌아간 마르첼로의 신작은 마에스트로라 불린 전설적인 연극배우의 이야기다. 전후 파산에 이른 엘레오노라 두세는 쓰러져 죽음의 문턱에 선다. 하지만 기적처럼 살아나 새로운 연기에 도전한다. 영화는 말년의 인물을 묘사하면서도 쇠락의 미와 거리를 두며, 그런 점에서 마르첼로의 고전성은 비스콘티나 미조구치의 그것과 다르다. 무솔리니의 다짐을 믿는 두세에서 보듯, 마르첼로의 인물은 때때로 어리석다. 그러한 인간을 고양시키는 것은 예술의 열정이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동경, 그리고 죽음을 무릅쓰는 의지의 힘이 그들이 그 길을 걷게끔 돕는다. 앞선 작품의 인물이 문학과 음악을 꿈꿨다면, 두세는 영화에 밀려 죽은 예술이 되어버린 연극을 열망한다. 브루니 테데시는 부들부들 떨리는 마지막 대사에 이르기까지 절정의 연기를 펼치며 실존 인물에게 헌사를 보낸다. (이용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