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커플 수현(조현철)과 지영(김새벽). 그들에게 결혼을 생각할 시기가 찾아온다. 미술 강사와 방송국 계약직이라는 현실, 지영 어머니의 결혼 강요와 수현의 복잡한 가정사. '우리...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철원기행>으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준 김대환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미술학원 강사 수현과 계약직 직원 지영은 동거 6년 차 커플이다. 지영이 임신 징후를 보이자 두 사람은 양가(兩家) 부모들을 찾기로 한다. 지영의 인천 집에서 단란한 가족 식사 자리는 ‘결혼’을 화제로 썰렁하게 마무리된다. 아버지의 환갑을 계기로 찾아간 수현의 삼척 집에서 즐거워야 할 축하 자리는 오랫동안 쌓인 앙금으로 인해 균열을 일으킨다. 전작에 이어 김대환의 관심사는 ‘가족’이다. 외면할 수도 끌어안을 수도 없는 가족의 역설은 <초행>에서도 이어진다. 끝까지 수현과 지영의 가족 갈등, 세대의 차이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고단한 여행의 끝에서 모두에게 굴레였던 ´가족´은 갱신된 의미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친다. 잘 드러나지 않는 인물의 내면으로 들어가기 위해 김대환은 시간을 잡아둔다. 모든 장면이 원 신 원 커트로 찍혔음에도 촬영효과를 과도하게 앞세우지 않으면서 시간의 흐름 안에서 감정의 행간을 읽게 만드는 순간들이 인상적이다. (장병원) [2023년 24회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