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외딴 기차역. 마글루아르는 담배를 피우던 중 경찰이 신원을 조회하려 하자 도주한다. 가진 것 없이 헤매던 그는 죽어가는 생면부지의 남자로부터 돈다발을 건네받는다. 그때부터 그는 쿠르츠 갱단의 추적을 받다가 결국 인질로 잡힌 뒤 갱들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한다. 그러나 강도 작전이 실패하고, 예정됐던 모든 것들이 어그러지면서, 마글루아르는 쿠르츠 갱단을 뒤에서 조종하는 미스터리한 조직 ‘아홉 개의 손가락’의 존재를 알게 된다. 밤, 기차역, 정체 모를 남자의 도주. 처음부터 <아홉 개의 손가락>은 필름 누아르의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다. 이어서 독특한 인물들과 실험적인 영상,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는 미로 속으로 빠져들 듯 관객을 자꾸만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로카르노영화제에 소개됐던 프랑스의 개성적인 작가 F.J. 오상의 다섯 번째 장편 극영화로, 황당한 위기상황 속에서 허무주의와 낙관주의를 균형적으로 보여주는 실존주의적 익살극이다. (이수원)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