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직장에서 해고되고 아무런 선택의 기회도 없이 아내와 딸을 두고 해외로 일을 찾아 떠난다. 몇 달이 지났지만 그의 가족은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한다. 한 편, 어떤 낯선 기계공이 그 도시에 일을 구하러 나타난다. 그는 남편이 떠난 그 아름다운 여자의 주위를 배회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조국을 떠났지만 혈연으로 묶여진 세대들의 살아남기 위한 갈등을 담은 영화.
눈발이 스산하게 흩날리는 겨울 날, 철길을 걷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아내와 딸을 뒤로 한 채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난다. ‘힘겹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며 희망을 노래하던 다른 이란 영화와 달리 <겨울>은 지독하게 추운 이란의 현실을 비춘다. 여기에 또 다른 남자, 말하브 역시 일을 찾아 이 마을에 흘러든다. 남편을 떠나보낸 여인의 곁을 서성이던 그는 마침내 그녀와 결혼을 하지만, 이들의 버거운 현실에 따스함은 쉽사리 스며들지 않는다. 이란 노동자들의 리얼한 실상을 소박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전지구적인 노동 시장으로의 이주도 그들에게 그리 달콤하지 않음을 한 가족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첫 장면이 그러했듯, 말하브 역시 일이 잘 풀리지 않자 가족을 뒤로 한 채 외국으로 떠날 결심을 한다. 겨울의 고통스러운 추위와 일상들에 대한 노래가 첫 장면처럼 반복되고, 말하브의 운명은 처음에 그곳을 등졌던 남자의 운명과 겹쳐진다. 두 번이나 남편을 떠나보내고 마는 여인 역시 쓰디쓴 현실을 참고 감내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 라피 피츠 감독은 싸늘한 겨울 한복판에 내몰린 이들에게 해피엔드를 통한 위로를 섣불리 건네는 대신, 음울하지만 진실한 현실을 냉정하게 담아낸다. (이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