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군수 물품을 생산하는 방직 공장에서 일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캐롤린은 하루아침 길거리에 나앉게 된 신세다. 사생아를 임신한 채 코펜하겐을 배회하던 그녀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민 다그마. 부유층에 아이를 입양시킬 수 있다는 희망으로 두 사람은 가까워지지만, 캐롤린이 마주하는 현실은 비참하고 드러난 다그마의 실체는 참혹하다. <바늘을 든 소녀>는 낯설고 잔혹한 동화처럼 느껴진다. 숲속에서 길을 잃고 마녀에게 홀린 소녀의 선택은 무엇일까? 과연 그것을 ‘선택’이라 할 수 있을까? 시종일관 단색조의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지친 표정의 캐롤린은 개구리에게 키스하면 왕자님으로 변신할 것이라 꿈꾸는 소녀가 아니다. 바늘을 든 소녀는, 잔인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벗어나기 위해 생에 대한 애착을 놓치지 않는다. (박가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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