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성공한 전 부인에게 자극받은 한 남자가 베스트셀러를 쓰겠다고 결심한다. 문제는 그에게 상상력이 없다는 것. 어느 날 최고의 허구는 현실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이웃에게 살인 플롯을 짜게 하는데…. 글쓰기에 대한 왜곡된 열망이 초래하는 파국을 다룬 이 영화는 작가의 꿈을 품었거나 작가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재능은 없고 열등감은 넘치는 주인공은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도를 넘은 상태다. 그는 오직 글감으로 삼기 위해 이웃을 이용하고 감정을 조종하며 그들의 삶에 깊게 관여한다. 그가 엿듣는 대화 내용과 머리 속의 상상을 사운드와 그림자로 연출한 것은 영화 분위기를 단박에 비현실적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주인공이 빠져있는 왜곡된 상상의 세계를 암시하기도 하며, 리얼리즘 소설을 표방하는 인물의 행위가 허상을 토대로 한다는 것에 대한 암시로도 다가와 아이러니하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완전히 다른 삶을 영위해나가는 현대 사회 속 고립된 인물을 실감 나게 표현한 영화다. (이수원)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