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도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아딜칸 예르자노프는 권력과 시스템, 그리고 권위에 대한 비판을 독특한 형식미로 전개해 온 감독으로, 최근작 <생도>는 외딴 군사학교에서 반복되는 연쇄살인을 통해 권위와 폭력의 세습, 신화화된 질서의 폐해를 그린 호러 스릴러다. 소비에트 유산이 여전히 남아 있는 폐쇄적인 군사학교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14년마다 되풀이되는 저주라는 사건을 통해 강압적 위계와 맹신이 어떻게 공포와 광기를 재생산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군사문화, 종교, 교육 체계는 하나의 폐쇄 회로로 작동하며, 초자연적 공포는 체제의 억압성과 순환구조를 드러내는 은유적 도구로 기능한다.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전작들을 통해 보여준 아딜칸 감독 특유의 기하학적 구도, 정제된 미장센, 건조한 유머는 이 음울한 세계를 견고히 구축하며, 제도/시스템의 허위와 위선을 날카롭게 해체한다. (김영우)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