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항해

불법 이민 문제는 이제 지속적으로 영화화되는 단골 소재가 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죽음의 항해> 역시 미국으로 가려는 루마니아 난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타이완 선적의 화물선에 탑승하여 그 배에 고용된 필리핀 선원들과의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점을 보여준다. 루마니아 난민 두미트루는 밀항을 시도하기 위해 별다른 준비 없이 화물선에 잠입하고, 항해가 시작되자 신앙심 깊은 필리핀 선원 조엘과 마주치게 되어 도움을 요청한다. 타이완 선장과 선원들이 배에 잠입한 불법 난민을 죽여서 흔적을 없앤다는 것을 알고 있는 조엘은 두미트루를 어두컴컴한 기관실 한 귀퉁이 창고에 숨기고, 두 사람의 위험한 항해는 시작된다. 세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경험 때문인지 민칸 미하이 감독은 캐스팅부터 연출까지 사실적인 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마치 목숨을 건 숨바꼭질을 보는 것 같은 긴박감 넘치는 연출을 통해 현실감과 스릴러물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전진수) [2023년 24회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