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신부는 신기한 전설같은 얘기를 묘사하면서 예기치 않게 도전적인 여성상을 창조하는 흥미로운 영화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200 여년 전의 베트남, 죽음을 맞는 투이는 그의 17살 난 아들 히엔에게 에게 평생 한번도 하지 않았던 히엔의 어머니에 관한 진실을 들려준다. 히엔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마을사람들에게 배척받고 갓 태어난 아기를 강에 버리라는 명령을 받았다. 마을 사람들이 아기를 버리려고 하는 순간 하늘에는 천둥번개가 치고 혼란 속에 몇 몇 마을 사람들이 번개에 맞아 죽는다. 투이는 거기까지만 얘기하고 급히 숨을 거둔다. 히엔은 미처 듣지 못한 어머니에 관한 진실을 스스로 찾아내겠다고 결심한다. 아버지의 친구들을 찾아가 얘기를 들은 히엔은 그들의 얘기를 신뢰하지 못한다. 결국 히엔은 아버지와 친구들이 어머니와 맺은 충격적인 관계의 진실을 알게 된다.
흔한 민담을 풀어놓는 것처럼 시작하는 는 뜻밖의 주제를 감춰두고 있다. 관습적인 사회의 바깥에서 한 여자와 여러 남자가 꾸린 이상적인 사랑의 관계를 묘사하고 있지만 그것의 종착지는 비극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에서 묘사되는 여주인공의 캐릭터다. 사회와 남자들이 요구하는 관습의 경계 바깥에서 씩씩하게 자기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부산국제영화제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