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는 자신의 첫 번째 TV 영화로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 리메이크작을 준비 중이다. 첫 촬영은 다가오는데 수많은 오디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가장 중요한 여주인공에 적격인 배우를 찾지 못해 고심 중이다. 반면, 추가 작업으로 보수를 더 받을 수 있어 신난 게르빈은 어느 날 남자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하차하게 되면서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영화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오디션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여러 인간 군상과 그 안의 권력 관계, 경쟁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 등을 여실히 보여 준다. 감독과 배우, 그리고 제작 스태프 등 각자 서로 다른 역할과 욕망을 지닌 사람들이 한 편의 영화라는 같은 목적지를 향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갈등과 권력 다툼은 영화 산업계의 이면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니콜라스 바커바스 감독은 배우로도 활동 중이다. 이러한 그의 이력에서 우리는 왜 그가 파스빈더의 작품을 전면에 언급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눈치챌 수 있다. 그는 개인의 욕망이 억압되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집중하고 동시에 자아 성찰적인 파스빈더의 세계관을 그 누구보다도 영민하게 포착해 자신의 언어로 재창조했다.
(2018년 한국영상자료원 - 동시상영전: 한국과 독일의 작가주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