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기 시작한 한국계 미국인들의 서사는, 최근 이민 3~4세들의 시선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면서 보다 다양한 담론을 이끌어 내고 있다. 영화 〈라리랑〉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한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설날 풍경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디아스포라를 간결하게 담아낸다. 미국에서도 설날이 되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세배를 받아야 하는 아버지는,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계 미국인 사위가 영 탐탁지 않다. 사위가 자랑스러운 어머니의 눈에도 멕시코계 미국인인 아들의 여자친구는 마뜩잖다. 반면 그의 두 자녀들은 이제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하고, 명절 음식보다 핫도그가 맛있다. 저녁 식탁에 둘러앉은 이들의 모습은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배경 위에 이민자의 갈등과 정체성의 혼란을 얼기설기 붙여놓은 문화적 콜라주의 전형이다. 한국인과 미국인, 가족과 식구를 오가며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되는 한바탕의 소동극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소수적 감정을 공감하고 함께 재배치할 수 있도록 기능한다. (기형민)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