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림(海淋)은 해수욕을 꿈꾸며 남해안 외할머니 댁을 찾지만, 마을 앞바다는 시멘트로 메워지고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더는 들어갈 수 없다.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해림은 낯선 동네를 거닐다 불편함과 열감을 느낀다. 아주 오랜만에 이뤄진 외할머니와 이모와의 어색한 만남, 복숭아 통조림, 버스 안에서의 어지러움, 뒤집힌 우산은 여자의 (비)일상적인 여정을 그린다. 이로써 영화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정체성의 공백을 살피며, 관객과 함께 장소와 소속감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다. [제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