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세이션
The Conversation
1974 · 범죄/액션/스릴러 · 미국
1시간 53분 · 15세

도청 전문가인 해리(진 해크먼)는 어느 사장의 의뢰로 두 남녀의 대화를 도청하다 이상한 낌새를 챈다. 사장의 부인인 그녀가 살해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된 것. 그는 이 사실을 사장에게 알리고 테이프를 건네주려 하지만 비서인 마틴(해리슨 포드)의 개입으로 실패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메레디스라는 낯선 여인이 그에게 접근해온다. 그녀는 해리에게서 테이프를 빼돌리고, 해리는 마틴을 찾아가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도청한 대화 내용 중 '일요일 호텔에서 만나자'라는 말을 기억한 해리는 그들의 옆방으로 잠입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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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 Oh
4.0
오만하게 죄를 합리화하던 자의 자의식. 그 고독과 불안이 여기까지도 들린다. The silently deafening sounds of isolation, paranoia, and sin.
정재헌
4.5
오로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예술적 성취를 만끽할 수 있는 수작. 자기파괴적으로 닿아가는 끝없는 의심과 오만에 가득 찬 편집증으로 드러나는 고독의 깊이.
P1
3.5
시각으로 보자면 이창 청각으로 보자면 컨버세이션. 그러나, 이창만큼 인간의 관음에 핵심 포인트를 준건 아닌 것 같다. 그것보단 직업윤리의 파괴. 거기서 나아가 파생되는 정신적 황폐화.
HGW XX/7
3.5
소통의 부재와 대화의 단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냉철한 통찰. 스스로를 고립시킨 이가 감정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며 도달하게 된 편집증의 늪.
Cinephile
4.5
사생활 보호에 관한 70년대의 구체적 불안이 깔려 있지만, 좀 더 깊게는 수많은 인간 관계가 진정성이 희박해진 사무적 관계로 변질된 현시대의 고독을 짙게 자극한다. 특히 인간의 가장 취약한 보안상 허점이 감정임을 재즈와 함께 슬프게 읊조린 결말이 인상깊다.
김로
4.5
한 남자의 연약함에서 오만함까지 내밀하게 도청하다 * <컨버세이션>의 포커스는 거리감에 구애받지 않는다. 대상이 멀거나 가깝거나에 상관없이 대상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는 영화의 인상적인 오프닝 시퀀스부터 드러난다. 이 장면은 공원의 풍경을 롱샷으로 개괄적으로 보여주다가 점점 한 점을 향하여 줌인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시야에 수많은 사람이 보이는데도 시선을 끄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광대 분장을 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남자이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 부단히 노력하지만 번번히 외면당한다. 다시 한 번 코트를 입고 안경을 낀 중년 남성에게 시도해본다. 끈질기게 쫓아보았지만 남자는 완고했고 그는 포기하고 돌아간다. 하지만 카메라는 돌아가지 않고 여전히 완고한 남자를 따라간다. 이때부터 광대 분장의 남자에게 쏠리던 관객의 관심은 온전히 완고한 남자에게로 옮겨간다. 그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도청전문가인 해리 콜이다. 콜이 벌건 대낮에 공원에 나온 이유는 역시 도청을 위해서이다. 그는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원에서도 원하는 대상의 목소리를 포착해낼 정도로 솜씨좋은 도청전문가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콜은 어느 회사의 사장 비서로부터 도청 의뢰를 받는다. 그는 뛰어난 실력으로 어렵지 않게 도청을 성공한다. 그러나 대화 내용이 께름칙하다. 도청 대상인 두 남녀는 아무래도 떳떳하지 못한 관계로 보인다. 그들은 상당한 경계심을 품고 있으며 살인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하는 것만 같다. 콜은 이 일이 살인사건으로 이어질 것이라 짐작한다. 자신의 도청탓에 순진한 젊은 남녀가 살해당할까봐 두려워한다. 완고하고 냉철해보이는 인상과 달리 콜은 심적으로 연약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애인에게조차 나이나 직업을 밝히지 않는다. 동료에게조차 비밀을 털어놓지 않고, 비밀에 접근하려는 동료에게 덜컥 화부터 내고 본다. 이런 철저한 비밀엄수가 어찌 보면 지나친 노파심이나 예민함에 의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마 이런 예민함이 그의 내면에 자리잡은 것은 작중 언급된 68년도의 사건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의 비서관을 도청했던 그는 훗날 그의 도청때문에 비서관과 그 일가족이 무참히 살해당한 것을 알게 된다. 콜은 도청이란 일이 살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죄책감과 예민함에 시달린 끝에 지금과 같은 성격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그의 비밀엄수는 완벽하지는 않았다. 중대한 비밀을 홀로 간직하는 것은 외롭고도 힘겨운 일이다. 해리 콜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그는 성당의 고해소, 한 번 보고 만나지 않을 여성, 꿈과 같은 털어놓아도 괜찮다 싶은 상황에서나 대상에게 어김없이 비밀을 드러낸다. 비밀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어렵고, 스스로 털어놓지 않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이런 힘겨운 일에 콜의 내면은 점점 연약해진다. (스포일러) 영화의 결말에서 마모된 그의 내면은 두 번에 걸쳐 크게 전복된다. 한 번은 살인을 막으러 호텔에 갔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올 때이다. 다른 하나는 젊은 남녀가 멀쩡히 살아있었으며, 살해당할 것을 두려워하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장을 죽일 것을 공모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이다. 콜은 자신이 약간의 정보만을 가지고 지레짐작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68년도의 죄책감과는 또다른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는 자신이 비밀의 관리자라고 생각하던 오만이 무너진 충격에서 온 것이기도 하다. 해리 콜이 극도로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이다. 애인이 자신의 직업이나 나이를 캐물을 때, 동료들이 장난으로 자신을 도청했을 때 콜은 그들과 인연을 끊었다. 그는 알게 모르게 안에 쌓아온 비밀들에 많은 것을 쏟아부었다. 그에게 비밀이 밝혀진다는 것은 자신의 전전긍긍하던 모습이나 연약함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일과 같을지도 모른다. 그는 사람을 잃고 보다 외로워지며 연약해지지만,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과 비밀이 드러난 것에 대해 분노할 권한이 있다는 오만함만은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비밀에 대한 권한이 지켜주려던 젊은 남녀에게 완전히 빼앗기고, 자기가 반대로 도청당하는 입장이 되자 콜의 내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의 집처럼 황폐한 꼴이 된다. <컨버세이션>은 두 번의 경종을 울린다. 소통하지 못하는 지나친 자의식은 오만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러한 오만이 매우 연약하다고 말이다. 콜의 내면을 본뜬 듯한 외딴 콜의 사무실이나 마지막 장면의 집은 인상적이다. 영화의 음악은 <대부>의 그것만큼이나 멜로디가 또렷하다. 거듭 등장하는 영화의 플래시백이나 그것을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것 역시 흥미롭다. 하지만 무엇보다 진 헥크만의 연기를 비롯해서 해리 콜이란 캐릭터를 구축해낸 기교가 뛰어나다. 뛰어난 점을 고루고루 갖춘 채 집중할 것을 명확히 한 이 영화는 분명 걸작이다.
2011년생 김민호
3.5
오직 귀만을 신뢰하던 사람은 결국 눈과 입을 믿지 못하게 된다.
차지훈
4.0
대화가 단절된 자가 타인의 대화를 도청한다. 필드 위에 떨어져 어떠한 이데올로기, 사랑, 열정없이 무의식적이면서도 맹목적으로 두 남녀를 파헤친다. 이로인해 스릴러적인 쾌감보다는 '고독'이라는 주제의식에 합당한 전개를 보여주며 자신의 재능과 직업이 한 순간 더러워질 수 있다는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폴라의 정석적이면서도, 촘촘한 스릴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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