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걸려 자신의 자녀들조차 돌볼 수 없는 카르멘은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아들 다니엘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이한 존재를 만난다. 장녀 아나는 어른으로서의 삶을 거부한다. 카르멘과 다니엘, 그리고 아나는 자신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아버지가 죽은 것이 아니라는 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일곱 살짜리 아들은 아버지가 사슴의 머리와 마스크를 쓴 채, 미국 원주민들의 의례복을 걸치고, 검게 변한 손을 가진 시체로 돌아오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카르멘이 침대에 앓아누운 채 술과 약으로 세월을 보내는 동안, 아들과 딸은 그녀보다 훨씬 더 빨리 상실의 아픔에서 헤어나온다. 히메나 몬테마요르의 멋진 데뷔작 <바람이 머무는 자리>는 가장의 부재가 세상에 남겨진 가족들이 육체적, 정서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풍의 색감을 통해 몽환적으로 보여지는 가족의 집은 상실을 인정할 수 없는 가족들의 닫힌 마음을 반영한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