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1부: 불안해하는 자
As Mil e Uma Noites: Volume 1, O Inquieto
2015 · 드라마 · 포르투갈, 프랑스, 독일, 스위스
2시간 5분 · 청불

미겔 고메스 감독은 2012년 <타부>의 성공 이후 멕시코에서 신작을 찍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경제 위기로 인해 촬영을 취소해야 했다. 감독은 위기에 직면한 포르투갈 사회의 급격한 정치, 경제적 변화를 지켜보면서 내 나라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초상을 담기로 한다. 그는 약 1년 반 동안 지역 뉴스를 수집하고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현실을 기반으로 이야기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죽지 않기 위해 밤마다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했던 셰에라자드 왕비의 천일 밤의 이야기 모음집 『천일야화』의 구조를 빌려와 이야기들을 배치했다. 이렇게 완성된 미겔 고메스의 역작 <천일야화> 삼부작을 여는 1부는 원작의 서사 구조 자체를 현재에 대한 은유로 활용하면서 삼부작 전체 서사의 방향을 제시하고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을 하나씩 풀어낸다. (조지훈)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폐허 위에 세워진 또 하나의 신앙
‘28일 후 트릴로지’ 패키지 30% 할인 중!
왓챠 개별 구매
폐허 위에 세워진 또 하나의 신앙
‘28일 후 트릴로지’ 패키지 30% 할인 중!
왓챠 개별 구매
Jay Oh
3.5
현실과 이야기가 잉태한 우습고 괴상하면서도 사실적인 비판. 고민 끝에 정하신 듯한 이 형식, 최선인 것 같은걸요. One thousand and one nights of enduring through shit. This, too, is a reality/story.
김솔한
5.0
"영상은 첫 번째 영화, 음악은 두 번째 영화, 그리고 세 번째 영화는 관객의 머릿속에서 새롭게 리플레이되는 영화."
Cinefeel
5.0
현실과 환상으로 만든 이야기가 자신의 땅 위에 서있어야하는 이유를, 이렇게 아름답게 설명할 수 있을까. 타고난 이야기꾼도 도망치게 만드는 영화의 힘. 그 엄청난 사랑의 힘을 목도한 느낌이다.
동구리
4.5
현실에 매몰되지 않기 위한 이야기하기의 시작 영화는 천일야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이야기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형식만을 가져왔고, 2013~2014년 금융위기와 긴축재정으로 민초들이 빈곤해진 포르투갈의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밝히면서 시작한다. 영화는 3부작 안에서도 여러 개의 이야기들이 책의 목차처럼 병렬구조로 등장하는 형식이다. 영화의 첫 화면은 조선소의 실직자들을 비춘다. 14살 때 조선소에 취직하면서 거대한 기계에 압도되었던 경험을 말하는 내레이션과 거대한 기계 앞에서 힘 빠진 모습으로 서 있는 실업자들의 모습이 대비된다. 내레이션은 말벌 때문에 일을 잃은 양봉업자의 이야기와 뒤섞인다. 화면은 조선소에서 영화 촬영을 준비하는 감독의 모습으로 넘어간다. 내레이션은 감독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들이었고, 포르투갈의 현재를 담은 인터뷰들이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감독은 결국 현장에서 도망친다. 스텝들에게 붙잡힌 감독은 땅속에 파묻혔다가, 세헤라자데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위기를 넘긴다. 미겔 고미쉬 본인이 직접 도망치는 감독으로 등장했다 세헤라자데의 아버지로 다시 등장하는 <천일야화>의 첫 이야기에선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힘겨운 포르투갈의 현실을 직시하고자 하는 감독의 마음이 드러난다. 원작이 되는 『천일야화』에서 세헤라자드가 처형을 하루씩 늦추기 위해 계속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영화 <천일야화>에서는 빈곤해진 민초들의 삶을 드러내고 현실을 조금씩 더 연장해 미래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성욕이 감퇴되고 판단력을 잃은 정치인들이 등장하는 풍자극, 바다에 떠밀려온 밍크고래로 대변되는 실업자들이 남은 364일을 보내기를 기원하며 1월 1일에 수영대회를 벌이는 이야기, 생계를 잇기 위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법의 고리가 재판장에서 드러나는 이야기, 돈 없는 아파트 주민들 덕분에 계속해서 주인이 바뀌는 강아지 딕시의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 다큐멘터리와 연극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야기들은 포르투갈의 현재를 직시하게 만든다. 특히나 인상적인 이야기는 2부의 중간에 등장하는 ‘판관의 눈물’이다. 생계를 위해 빌린 가구를 팔아버린 모자의 사연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아이들 식비를 위해 소를 훔친 사람의 이야기, 악덕 은행주의 꾀임에 넘어간 사람의 이야기 등으로 이어진다. 생계를 위한 불법은 끝없는 고리를 만들어내고 결국 하나의 사슬로 이어진다. 이성에 의해서만 판결하겠다는 판관은 어느새 고성을 지르고 눈물을 흘린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애인에게 생일케이크를 만들어주려는 딸에게 조언을 해주던 따뜻한 판관의 얼굴에서 희망이 점차 사라져간다. 재판이 다 끝난 후 어두운 새벽녘에 일어나 케이크를 만드는 딸의 모습이 비춰지며 끝나는 이야기는 청년들 위에 드리운 어둠이 걷힐 수 있을지 질문한다. 아피찻퐁 위세라타쿤의 영화들을 촬영한 사욤브 묵딥롬이 맡은 촬영 덕에 연극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들의 사연이 이어진다. 문제는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그들의 사연이 현실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딕시의 주인들’ 이야기도 인상 깊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똘똘하지만 기억력이 짧은 강아지 딕시는 여러 주인을 거친다. 지저분하게 긴 털을 가진 딕시가 한 주인 옆에서 끝까지 지내지 못한 이유는 주인들이 딕시를 두고 떠날 수 밖에 없거나 죽었기 때문이다. 돈은 그들을 아파트에서 쫓아내고, 병이 찾아 들게 만들고, 삶 밖으로 그들을 내몬다. 이야기 중간에 나오는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빈곤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안정적인 삶 밖으로 쫓겨난 주인들 사이에서 딕시가 유령처럼 아파트를 떠도는 또 다른 딕시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천일야화>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으면서도 그 속에서 살고 있고, 현재가 망해 없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직시하려는 미겔 고미쉬 감독의 이야기이다. 동시에 미겔 고미쉬가 2013~2014년 금융위기 속의 포르투갈 민초들을 관찰한 보고서다. 끊임없이 들어가는 내레이션과 인터뷰들은 이야기들과 현실의 경계를 지워간다. 감독은 그 과정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관객들 또한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눈을 감거나 극장을 벗어나지 않는 한 <천일야화>의 관객들을 미겔 고미쉬가 그려낸 포르투갈을 볼 수 밖에 없다. <천일야화>가 381분, 6시간 21분이란 긴 러닝타임으로 완성된 것은 관객을 현실로 되돌려보내기 싫어 감독이 직접 세헤라자드가 되어 끝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기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극장 안에 있는 순간엔 영화와 현실의 경계에 머물게 된다. 영화가 끝나고 등장하는 엔딩크레딧의 첫 부분은 인덱스(index)이다. 미겔 고미쉬가 <천일야화>라는 영화를 책처럼 구성했음이 드러난다. 영화는 『천일야화』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러닝타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며 봐야 하는 일반적인 영화들과는 달리 <천일야화>는 책처럼 목차를 보고 보고 싶은 부분부터 봐도 된다. 영화를 보다 졸았다면 다시 그 챕터로 돌아가면 된다. 엔딩크레딧의 인덱스엔 친절하게 페이지 대신 러닝타임으로 챕터가 표기되어 있다. 덕분에 우리는 <천일야화>를 좀 더 보고서처럼 대할 수 있게 됐다. 미겔 고미쉬의 ‘2013~2014 포르투갈 보고서’.
상맹
3.5
2024 부국제 다섯 번째 영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귀와 단순한 정치적 리얼리즘으로 가지 않기 위한 꽤나 규모가 있는 깜찍한 연출 그리고 감독 스스로의 에세이적인 면모에서 바르다 누님이 보인다… 대신 매우 빨갛고 빨간 마르크스의 수염을 한…
김도현
3.0
단평 | 포르투갈 경제 침체라는 현실을 픽션의 동력으로 삼은 창작자는 셰헤라자드의 화술을 본받아 그럴싸한 명분을 확보하는데 성공한다. 제법 호기롭게 시작한 그 임시방편은 그러나 절반의 승리만 거둔 채로 마무리된다. 애초에 봉합이 어려운 문제라는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영화는 너무 많은 도구들을 동원하여 그 작업의 미숙함을 더한다. 혼란스러운 심정과 오직 그것만 남기겠다고 하는건 다른 문제다. | 파나비전 | 156 | 부산국제영화제 | 10/8
샌드
4.0
미겔 고미쉬의 대표적인 작품 중 1부로, 한 편의 긴 연작 영화로 봐야겠다만 저는 감상이 조금씩 다르기도 했고, 엔딩 크레딧으로 끝나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세 편의 영화로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타부>같은 영화를 통해서 미학적으로 가장 앞서있고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 온 고미쉬가 이번에도 역시 심상치 않은 이상하고 낯선 세상의 이야기를 이미지로 탁월하게 만듭니다. 현지 국가의 역사, 정치, 경제를 휘저으면서 나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식이 없는 제겐 많이 어려운 영화기도 했는데 영상 미학에 대한 면이 상당히 뛰어난 영화임은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진형
4.0
예로부터 우화는 현실과 허구를 잇는 서민들의 방식이었기에 미겔 고메스가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게다가 유머와 멜랑콜리함을 동시에 다룬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방식은 미겔 고메스에게 더욱 적합해 보인다.) 철저히 서민의 시선으로 조국의 위기를 바라보는 영화는 때로는 우둔해 보이고, 저급해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마저도 오히려 풍속적으로 보이는 면이 있었다. 다큐멘터리와 픽션, 현실과 예술 사이의 어떠한 경계를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영화는 결국 이야기꾼의 소명이 무엇인지에 다다른다. 1,2,3부를 거치며 이야기들은 점점 사실적이어져 가고, 전지적이던 창작자의 시점 역시 점점 인물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으로 바뀌어 간다. 이 이야기들은 서로 관계성이 모호하지만, 이는 결국 도입부의 항구의 노동자들과 말벌집 이야기처럼 상호 비유적이며, 사회의 시스템처럼 상호작용하며 포르투갈 서민들의 삶에 대한 넓은 인사이트를 준다는 점에서 감독의 야심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또한, 촬영 역시 논픽션에서 순간 성취되는 마술적 요소들을 잘 캐치해 내었다는 점에서 훌륭하였다. 다만, 1부에서 성취하였던 마술적인 순간들이 후반에 갈 수록 사라져갔다는 점과(이는 물론 의도한 것이겠지만) 후반부 서술방식이 주는 일종의 지루함은 아쉬운 면으로 생각된다.
더 많은 코멘트를 보려면 로그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