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의 공간 듣기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실험영화 부문인 ‘파장’에서 여러 흥미로운 초상 영화들이 상영되었지만, ‹내 방의 공간 듣기›라는, 작품에 정확히 들어맞는 제목을 가진 로버트 비버스의 영화만큼 생동감 넘치는 작품은 없었다. 집을 집답게 만드는 모든 일시적 감각과 일상, 기억, 감정을 누군가가 진하게 농축하여 보여준다고 상상해보자. 그제야 비버스의 경이로운 작품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비버스와 그의 하우스메이트들은 작업에 몰두한 모습이다. 카메라는 첼로를 연주하는 노인의 손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고, 정원을 돌보는 노인 여성의 모습을 어두운 집 안에서 바라보며, 필름 프레임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신체의 리듬을 따라 컷을 조율하는 비버스 본인의 모습을 반영한다. 정교하게 겹쳐진 화면 속 사운드트랙과 이미지들은 그 어떤 연속성의 표준도 따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묘하게 조율된 공간 속 신체에 대한 이 노래에는 즉각적으로 이해되는 무언가가 있다. (맥스 골드버그, 판도르) [제22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