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출신의 음악가이자 감독 밀라드 탕시르는 이탈리아 영화 <애니웨어 애니타임>에서 네오리얼리즘의 고전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 (1948)을 오마주한다. <자전거 도둑>의 전후 실업자는 세네갈 출신의 이민자 청년 이사(Issa)가 된다. 이사는 자전거를 도둑맞아 더 이상 배달을 할 수 없게 된다. 네오리얼리즘의 촬영 방식까지 전수한 감독의 오마주는 사뭇 현명하고 감동적이다. 감독은 영화를 위해 비전문 배우들과 토리노의 거리로 나간다. 영화는 우리에게 또 다른 이탈리아를 보여준다. 저임금 육체노동까지 감사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된 이민자가 살고있는 이탈리아. 힘껏 페달을 밟으며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이사 역의 이브라히마 삼보우의 연기는 작품에 젊은 에너지와 리듬을 부여한다. 오프닝 크레딧의 재즈도 마찬가지다. <애니웨어 애니타임>의 미덕은 그 어떤 순간에도 주인공에게서 희망을 앗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승희)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