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구상에는 450억 개 이상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 우리의 일상과 비일상의 매 순간을 끊임없이 포착하는 카메라는 인류의 최신 장난감이라 할 수 있다. 스웨덴의 악셀 다니엘손과 막시밀리언 반 아에르트릭크 콤비는 현대 카메라의 시초인 카메라 옵스큐라에서 출발해 뤼미에르 형제를 거쳐 유튜브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소셜 미디어에서 자기애적 모멘트를 과시하는 수단이 된 이 ‘판타스틱 머신’이 지난 200년간 인류의 행동 양식을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단체들이 NG컷을 연발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나치 프로파간다 영상을 제작한 감독이 촬영 및 편집 기법이 얼마나 정교했는가를 자랑하는 모습은 소름 끼친다. 이미지가 왜곡되고 악용되는 무수한 사례 속에서, 각자의 손에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된 핸드폰을 거머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가? (박가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