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덕스 리덕스

연쇄살인범 네빌에게 사랑하는 딸 안나를 잃은 아이린. 상실의 고통 속에서 그녀는 시간여행 장치를 손에 넣고, 다중 우주를 넘나들며 네빌을 반복적으로 죽이는 방식으로 복수를 감행한다. 그러나 끝없는 살인은 아이린 안에 점점 더 커다란 공허함을 남기고, 어느 날 살해 위기에 처한 가출 소녀 미아를 구하게 되면서 그녀의 여정은 전환점을 맞는다. 아이린은 안나가 돌아오길 바랐던 것처럼, 미아만큼은 반드시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결심한다. 복수극이라는 익숙한 장르에 놀라운 신선함을 불어넣은 <리덕스 리덕스>는 매튜 & 케빈 맥매너스 형제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다중 우주, 반복되는 시간, 그리고 정체성의 균열 속에서 복수와 구원의 경계를 탐색하는 이 영화는 고도로 정교하면서도 감정적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주연을 맡은 미카엘라 맥매너스는 절제된 연기 속에 슬픔과 분노, 연민을 고르게 담아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실제로 감독 형제의 여동생이기도 한 그녀의 존재감은 영화 전반을 단단히 지탱한다.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복수의 구조 속에서도 영화는 단순한 고통의 재현이 아닌, 연결과 회복의 서사로 나아간다. 쉽사리 잊히지 않는 감정의 충격파, 그리고 장르적 쾌감이 결합된 이 독특한 SF 스릴러는 오래도록 관객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남종석)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