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한 마을, 사냥을 하던 두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하지만 그들 중 한명인 마노가 지역 주민의 딸과 은밀한 관계였기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그래서 그녀의 아버지와 두 남자 형제가 체포되지만, 파올로 로라나 교수(지안 마리아 볼론테)는 이 살인이 마피아가 그의 친구인 로시오 박사(살보 랜돈)를 입막음하기 위해 조작됐으며, 마노의 죽음은 단지 눈속임을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자신의 이웃들이 전통적으로 마피아가 관련된 일에는, 아무것도 듣거나 보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거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 범죄 조사에 뛰어든다. 그는 그 과정에서 미망인 루이사(이렌느 파파스)의 도움을 받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는 루이사의 사촌인 로셀로(가브리엘 페르제티)를 유력하게 의심하게 되는데, 어느 날 밤 파올로는 로셀로에게 기습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는 그녀가 사실은 로셀로의 정부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EBS 소개글. 로라나는 시칠리아 섬의 거대한 공동체 내에서 기본적인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 살고 있는 이상주의적 지식인이다. 모두가 용의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섬 안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건에 접근한다는 것은 너무나 무모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조사를 거듭하고 결국 처참한 말로에 다다르게 된다. 그는 외딴 해변으로 루이사를 찾아갔다가 로셀로의 부하들에게 공격당해 두들겨 맞고는 채석장에 산채로 묻힌다. 그는 자신의 선의로 조사를 시작했지만 이제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 모두 진실을 알지만 그들은 절대 이 복잡한 범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그게 그 마을의 법칙이다. 칸영화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살인사건을 둘러싼 마피아와 정치인, 그리고 성직자까지 뒤얽힌 검은 뒷거래를 파헤치는 수작이다. 거대한 적을 향한 엘리오 페트리 감독 특유의 비판적 집요함이 빛나는 작품이다.
이탈리아 영화음악의 장인으로는 엔니오 모리꼬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 영향 받은 루이스 바칼로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거장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이탈리아로 활동무대를 옮겨 활약했던 그는 <쟝고> <섬머타임 킬러>의 주제음악으로 큰 명성을 얻었다. 영화의 오프닝부터 들려오는 루이스 바칼로프의 음악은 뭔가 거대하고 음산한, 결코 파헤칠 수 없는 거대한 섬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전달한다. 사냥을 하다가 사냥을 당하고 마는 두 남자의 비밀스런 죽음의 분위기는 단연 압권이다. 시작부터 항공 촬영으로 보여지는 거대한 시칠리아 섬의 외관 또한 영화의 정서를 결정짓는다. 비운의 주인공 지안 마리아 볼론테도 빼놓을 수 없다. <황야의 무법자> <암흑가의 세 사람> 등에 출연했던 그는 엘리오 페트리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완전범죄>로도 큰 인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