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1992년의 어느 금요일 오전 10시 36분 전화벨이 울렸을 때 시작해 계속해서 그때로 되돌아간다. 11살 소녀 라나에게 할아버지의 죽음을 전한 그 전화는 전쟁의 시작을 가리키는 강렬하고 구체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이후 전화벨이 울리기를 아홉 번 반복하는 동안 우리는 유고슬라비아 전쟁과 이주를 겪은 감독의 이야기가 투영된 주인공 라나의 기억과 마주한다. 전쟁과 이주로 파괴된 유년의 삶이 잊을 수 없는 전화벨 소리에 붙들려 파편적으로 돌아온다. 비디오테이프와 카세트테이프, 바나나를 감싼 초콜릿, 담배 같은 사물에 깃든 단편적인 일화들이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던 오페라, 친구와 흥얼거리던 유행가, 즐겨 연주하던 피아노곡처럼 음악은 기억의 단편을 재생하는 데 매우 효과적임이 입증된다. 전화벨이 울릴 때면, 치솟는 물가와 급증하는 범죄, 전선에서 들려오는 소식들 사이에도 신나고 애틋한 순간이 있었다며 미소 지을 수 있을까. 전화를 내려놓을 때 밀려오는 사무치는 그리움이 다시 한번 그녀를 깊은 바닷속으로 밀어 넣기 전에. (김선명)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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