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탈스러운 구스와 게으른 농부 벤은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이웃이다. 늘 구스의 일에 훼방을 놓기 좋아하는 벤의 성격 때문에 평소에도 사사건건 충돌하던 두 사람. 어느 날 벤의 트랙터 위에서 둘은 싸움을 벌이다가 트랙터의 오작동으로 함께 사고를 당하고, 둘 다 영구적인 하반신 마비가 되고 만다. 슬픔보다는 분노가 치민 그들은 휠체어에 탄 채 핀란드에 있는 문제의 트랙터를 제조한 공장을 찾아나선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이용해, 자신에게 동정과 선의를 표시하는 사람들을 속이고 경멸하고 그들의 물건을 훔치기 시작한다.
휠체어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이상한 로드 무비인 <알트라>는 두 명의 장애인이 주인공이지만 관객은 이 독특한 두 사람에게 절대로 동정심을 느낄 수 없다. 눈물을 짜내는 신파, 혹은 장애인에 대해 동정심을 유발하는 착하고 도덕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고정관념을 박살내 버리는 비틀린 블랙유머와 발칙한 시선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될 것이다. 또한 대사를 최대한 절제하고 한 발짝 떨어져서 상황을 바라봄으로써 더 큰 웃음을 만들어내는 코미디 화법과 세련된 흑백 화면은 마치 한 편의 확장된 단편처럼 잘 조화를 이룬 느낌을 전한다. 또 하나, 핀란드의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이 배우로 출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