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하나 없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서른 살의 웨이터 라구. 그에게 고단하고 우울한 일상을 잊게 해주는 탈출구는 TV 드라마의 착하고 아름다운 여주인공 니타지 뿐이다. 라구는 드라마에 점점 빠져들면서 현실과 허구를 혼동하고, 미와 순수의 화신인 니타지를 탐욕과 거짓으로 뒤덮인 세상의 음모로부터 구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라구에게 커다란 위기가 찾아온다. 돈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난 그는 어느 살인청부업체의 운전사로 새로 취직한다. 그런데 그 조직이 니타지의 살인을 청부받은 것이다. 과연 눈앞에서 자신의 동료들에 의해 자신의 우상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가? 아무런 힘도 없는 순박한 라구는 동료들로부터 매장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온몸을 던져 니타지의 암살을 막아낸다. 하지만 조직은 계속 암살을 시도하고, 여러 번의 접촉 시도와 실패 끝에 라구는 결국 니타지를 구해 은신처로 데려간다. 납치인지 보호인지 모를 기묘한 상황에서 공포와 분노로 울부짖는 현실의 그녀는 드라마 속의 캐릭터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청순가련함은 간데없고 째지는 목소리와 함부로 튀어나오는 신경질적인 성격. 하지만 그래도 라구는 니타지가 예뻐 보이기만 한다. 세상은 유명 여배우를 납치한 그를 뒤쫓지만 그는 잠시나마 행복을 맛본다.
인도판 <너스 베티>라고 할만한 판타지 영화. 스타에 대한 일방적인 짝사랑은 미성숙한 감정임에 틀림없지만, 드라마를 보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눈물을 흘리는 라구의 모습은 어리석기보다는 착하고 순박해 보이며, 그가 진지하고 심각하게 하는 행동들은 현실 속에서 바보스럽게 비틀려 코믹한 유머로 변한다. 라구의 우울한 일상과 강렬한 대조를 이루는 니타지의 환상 속 화려한 춤과 노래는 인도 영화의 전통을 충실히 잇고 있어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