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에서 돌아와 아내가 실종된 것을 발견한 한 회사원이 수소문에 나선다. 그러나 아내를 찾으려 하면 할수록 남자는 악몽 같은 무자비한 세상과, 어쩌면 영원히 빠져 나오지 못할 수도 있는 분열의 세계로 점점 빠져들어간다. <아메르>로 화제를 뿌렸던 감독들이 내놓은 이 신지알로는 영화 내내 보는 이를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맛이 있다. 아마추어 탐정 역할을 하는 외지에서 온 주인공, 원색의 배경 속에서 난도질하는 수수께끼의 살인마, 비밀스러운 스토리와 통로들을 뒤에 감춘, 생명을 가진 유기체 같은 건물, 그 외 다수 익스트림 클로즈업 샷들이 마리오 바바와 다리오 아르젠토 등 지알로 거장들의 수작을 지시한다. 그러나 복제라는 장치의 반복, 살을 에는 듯한 소름 끼치는 음향의 포화, 영화를 관통하는 뒤틀린 관능이 어우러져 생산되는 분열적 세계는 이 감독들의 개성과 재능에 해당한다. 형사와 집주인은 주인공의 분신이기도 하며, 로라라는 미지의 여자 또한 여러 얼굴로 구현된다. 끝까지 관객의 몫으로 남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이 영화의 치명적 매력을 배가한다.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이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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