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도시
In Bruges
2008 · 드라마/스릴러/범죄/코미디 · 영국, 벨기에
1시간 47분 · 청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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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교를 암살하고 영국에서 도망친 킬러 ‘레이’와 ‘켄’에게 보스는 2주 동안 벨기에의 관광도시 브리주로 가라는 명령을 내린다. 브리주는 아름다운 중 세풍의 관광도시로 낙천적인 넘버 2.킬러 켄은 관광을 즐기지만 혈기 왕성한 레이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레이는 거리에서 만난 매력적인 비밀스런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켄은 브리주의 아름다움에 반하며 오랜만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때, 킬러들의 보스 ‘헤리’는 켄에게만 명령을 내린다. 그것은 바로 대주교를 암살할 때 ‘킬러들의 규칙’을 실수로 어겼던 레이를 죽이라는 것. 그때부터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 브리주는 킬러들의 마지막 대결의 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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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철
4.0
자살하면 죽여버리겠어!
chan
4.0
- 거짓과 진실, 옳고 그름이 얽히고설킨 연옥에서 인간의 도의를 묻다- . . (스포일러) 가톨릭 교리에서 죽은 사람의 영혼이 살아있는 동안 지은 죄를 씻고 천국으로 가기 위해 일시적으로 머무른다고 믿는 장소를 우리는 연옥이라 부른다. . 영화 킬러들의 도시의 이야기는 원제인 In Bruges대로 시종 벨기에의 관광도시인 브뤼주에서 진행되는데, 극중 도시인 브뤼주는 내게 명백히 연옥 그 자체로 보인다. 실제로 영화의 초반부에 레이(콜린 파렐)와 캔(브랜든 글리슨)이 그림을 보며 연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관객에게 레퍼런스에 대한 언질을 슬며시 던진다.(해당 장면에서 천국과 지옥의 경계라는 연옥의 성질을 만년 중위권 팀이었던 2008년 당시의 토트넘에 빗대어 말하는 대사는 해외축구의 팬이라면 피식할만한 재치 있는 유머다.) 연옥은 천국으로 가기에는 자격이 부족하지만 지옥으로 갈 정도의 큰 죄를 짓지 않은 죽은 자들의 영혼이 머무르는 곳이다. 연옥에서 영혼들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인내하며 이승에서의 죄를 씻고 자신을 정화한다. . 극중 레이는 어린아이를 죽이면 안 된다는 조직의 원칙을 어겨 동료 캔과 함께 브뤼주로 보내진다. 비록 레이는 어린아이를 죽이긴 했으나 이는 그가 의도한 일이 아니었다. 또한 그는 그러한 일로 인해 브뤼주에서 죄책감을 느끼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비인간적인 일을 하는 레이와 캔이지만 이상하게도 둘은 상당히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로 보인다. 이외에도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다들 적당히 착한 것처럼 보이나 반대로 적당히 나빠 보이는 면모 또한 갖고 있다. 극중 참하고 단아하게만 보이던 클로이가 사실은 여행객을 유혹해 등쳐먹는 일을 하고 있었다는 점과 냉철하고 다혈질적으로만 보이던 해리(랄프 파인즈)가 속에는 여린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러한 예시다. 영화 내내 소인이라고 차별받던 지미 역시 흑인 소인에 대한 강한 적대심을 품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보인다. 영화 킬러들의 도시는 그러한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나쁜 인물들을 모두 불러내어 브뤼주라는 아이러니의 공간속으로 초대한다. . 영화의 주인공인 두 인물 레이와 캔이 브뤼주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확연히 달라 보인다. 레이와 캔의 보스인 해리는 원칙을 어겨 원칙대로 죽게 될 레이에게 아름다운 도시 브뤼주에 잠시 동안 머물러라 는 명령이자 마지막 선물을 준다. 허나 클럽과 술집대신 중세건물이 가득한 브뤼주는 레이에게 따분하고 지루해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공간일 뿐이다. . 브뤼주라는 공간은 해리가 레이에게 준 선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선물을 받은 이는 레이가 아닌 캔으로 보인다. 브뤼주는 중세건물들이 가득한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도시다. 과거에 본인이 저지른 끔찍한 실수에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레이가 브뤼주를 싫어하고 계속 옛날예기를 주절주절 대는 캔에게 짜증 석인 말투로 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레이는 과거를 혐오하고, 캔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인물로 대비되어 있다. 그리고 극중 공간인 브뤼주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 레이와 캔이 브뤼주라는 도시에 대해 서로가 느끼는 감정이 다르듯이 브뤼주에 도착해서 서로가 처한 상황 또한 다르다. 같은 공간, 다른 상황 속에서 두 인물의 처지가 변동되는 과정에도 역시 아이러니함이 묻어 있다. . 레이는 원칙을 어겨 피살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리고 해리의 명을 받아 레이를 타살해야할 인물은 캔이다. 약간의 고민은 있었지만 고심 끝에 레이를 죽이리라 다짐하고 레이에게 간 캔이 목도한 광경은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하고 자살을 시도하고 있는 레이의 모습이다. 레이는 이미 스스로 죽을 결심을 하고 자살을 시도 중인 상황이고 캔 또한 그러한 레이를 죽이려고 굳게 다짐한 상태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광경은 죽으려는 의도와 죽이려는 의도가 만나 탄생한 기이한 생존의 현장이다. 결국 그들이 긴 시간의 고민 끝에 다짐한 결심은 순간의 연민에 의해 좌초되었고, 이로 인해 레이와 캔은 뜻밖의 형국을 맞이하게 된다. . 이제 반대로 피살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 건 레이가 아닌 캔이다. 캔을 죽이러 오는 이는 레이와 캔의 보스인 해리다. 마침내 해리가 캔을 죽이러 왔을 때, 우리는 앞서 레이와 캔이 그랬던 것처럼, 해리와 캔이 선보이는 또 한 번의 기묘한 생존을 목격한다. 한국에서 유명한 “죽자고 하면 살 것이고 살자고 하면 죽을 것이다.” 라는 격언이 그대로 되살아 난 것만 같은 이 두 번의 생존은, 오랜 고민에 토대하여 새긴 굳은 결심이 순간의 연민이라는 감정 앞에서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지를 역설한다. 원칙과 자존심이라는 굳센 감정이 동정이라는 가냘픈 감정에 의해 좌절되는 순간이다. . 해리가 캔을 죽이려다 만 것이 해리의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일어난 일 이었듯이, 레이가 눈 앞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해리는 다시 한 번 순간적인 분노에 의해 캔에게 총구를 들이댄다. 해리가 브뤼주에 있다는 소식을 레이에게 전하기 위해 스스로 투신하는 캔에 이어 소인의 죽음을 어린아이의 죽음으로 오인해 원칙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해리의 모습으로 영화 속 타살과 피살의 바통터치는 종결된다. . (영화 속 레이의 최후는 명확히 나오지 않으나) 피살당할 위기에 처해 있던 레이는 자신을 타살하러온 캔 앞에서 자살하려는 행위를 보임으로서 생존하였고, 자살한 캔은 해리에게 피살당한 것이라고 레이에게 오인 받았다. 그리고 어린아이를 죽이면 안 된다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던 해리는 어린아이가 아닌 소인을 죽였지만 이를 오인해 자살함으로서 원칙의 무고한 희생자가 된다. 서로에게 아무 악감정이 없던 이들이 원칙 때문에 벌인 한바탕의 대 참극은 아이러니의 뻘밭에서 원칙의 가치에 대해 묻는다. . 이처럼 킬러들의 도시의 각본은 모든 이야기의 설정들을 아이러니라는 집합에 담아낸다. 레이가 사제를 죽이기 전에 미리 고해성사를 하는 장면이라든지, 레이가 식당에서 미국인으로 착각하고 때린 캐나다커플에게 고소당해 다시 브뤼주로 돌아오는 장면들도 아이러니를 재치 있게 풀어낸 하나의 예시다. 특히 후자의 에피소드에서는 아직은 레이가 연옥을 탈출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 진실과 거짓이 아이러니의 모티브 내에서 작동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레이와 클로이가 식당에서 나누는 대화를 살펴보자. 클로이가 레이에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레이는 자신이 돈 받고 사람을 죽이는 킬러라고 답한다. 클로이의 입장에선 당연히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으나 이는 관객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진실이다. 후에 레이와 클로이가 아동학대에 관하여 예기 할 때 레이가 농담을 하자 클로이는 자신의 친구가 관련된 사건이라 말해 갑자기 분위기를 숙연케 만든다. 클로이의 진지한 표정으로 미루어 보아 진실로 판단되었던 클로이의 이야기는 후에 클로이의 거짓말이었던 걸로 드러난다. 이처럼 영화 킬러들의 도시가 다루는 세계는 진실처럼 보이는 일이 알고 보면 거짓이었고, 거짓처럼 받아들여지는 일들이 알고 보면 진실이라는, 거짓과 진실의 경계가 희미한 곳이다. . 그렇다면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악한 인물들이 사는 진실과 거짓이 아이러니 속에 한 뭉텅이로 얽힌 연옥과도 같은 세상에서, 인물들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는 무엇인가. 영화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레이의 모습으로 이러한 문제를 질문한다. 이러한 영화의 질문에 마틴 맥도나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이는 자신이 죽인 아이는 어떡하냐고 묻는 레이의 질문에 다른 아이들을 살려라 라고 말하는 캔의 답변에서 들어난다. . 죽은 아이는 살릴 수 없으니 살아 있는 아이들의 죽음을 미연에 방지해라고 말하는 해당 장면은 분명 다음과 같이 들린다. “이미 벌어진 결과는 되돌릴 수 없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는 최악을 피해 차악을 물색하는 것에 있다” 라고 말이다. 이러한 마틴 맥도나의 의견은 쓸 대 없는 원칙에 연연하여 최악을 맞이하는 것 보다는 분명 더 나은 방안으로 보인다. 허나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윤리적 선택이라 볼 수 있을까? 언제나 그렇듯 판단은 연옥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이동진 평론가
4.5
범죄 스릴러에서 아이러니란 이렇게 활용하는 것.
신선우
5.0
타란티노가 쓴 각본을 코엔 형제가 연출한 것 같다
입니다
5.0
총격전이 별로 없는 킬러 영화에서 지루함을 못 느끼게 한 캐릭터들의 매력과 재치있는 연기. 그리고 영화에 대한 기대를 떨어트려준 포스터까지.. 덕분에 기대 이상.
HKL
3.5
깔쌈하다
Jay Oh
4.5
살인, 유머, 인간미와 자살을 오가는 각본. 주체 못할 정도로 웃기고도 암울하다. Flawlessly intricate at being both hilarious and suicidal.
STONE
4.5
구원이 항상 천국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가진 수많은 결점들을 수용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가치관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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