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저녁식사

딸의 수학여행 날 아침. 엄마는 악몽에 시달리느라 늦잠을 자서 딸의 아침을 챙겨주지 못한다. 대신 돌아오면 맛있는 저녁 식사를 준비해 주겠다는 엄마, 딸은 엄마에게 갈비찜을 해 달라고 한다. 식사를 못 챙겨준 죄책감에 가게 문을 일찍 닫고 정성껏 장을 본 엄마는 요리를 시작한다. 그날 밤 식탁에 둘러앉은 엄마, 아빠, 딸. 그런데 세 식구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7년의 무심한 세월이 흘렀다. 사고 진상 규명은 아직도 요원해 보이는데, 멈추지 않는 악몽처럼 아이를 잃은 부모들에게 남은 죄책감은 계속 그들의 일상 속에 머물고 있다. 챙기지 못했던 딸의 아침 식사, 돌상에 올린 헌 명주실…. 잊어버릴 수 있었던 소소한 일들이 가슴에 박힌 뼈아픈 가시가 되어 오늘도 심장을 찌른다. 누군가는 이제 그만 하자고 한다. 그래서 더욱 한 편, 한 편의 세월호에 대한 영화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