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경은 색실로 틀에 그림을 짜 넣는 태피스트리 작가다. 생계를 위해 달밤에 일을 나간 바닷가, 병 수발을 드는 동안에도 틈틈이 그의 손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노동하고 웃음 짓는 하루하루를 색색의 작품으로 엮어 나간다. 선풍기 모터 심지로 꼬불꼬불 실을 꼬고, 태피스트리용 빗 대신 밥 먹는 포크를 쓰기도 한다. 캔버스 같은 틀엔 초록의 식물이 한 가닥, 한 가닥 피어난다. 삶이 예술로 피어나는 순간이다. <달과 포크>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꾸준히 해 온 신나리 감독의 차분한 시선, 일상을 파고든 심미안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새벽부터 시작된 주인공의 일과에 태피스트리 작업 과정을 맞물려 담아낸 영리한 영상 편집과 사운드 배치로, 짧은 시간 만에 한 인물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나원정) [2020년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