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옥이
혜옥이
2021 · 드라마 · 한국
1시간 37분 · 12세
“넌 최고니까, 일류니까, 다 할 수 있어!” 명문대를 졸업한 라엘은 행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신림동 고시촌에 입성한다. 2년 안에 합격을 할 것이라는 엄마와 라엘의 생각과는 달리 N수생이 된 라엘은 점점 자존감이 떨어지고 시험을 포기하고 싶어지는데… 그러던 어느 날 딸의 합격을 위해 엄마는 라엘의 새로운 이름을 스님으로부터 받아오게 된다. 지혜 ‘혜’ 보배 ‘옥’ 이혜옥 “그런데 엄마.. 나 그만하면 안될까? 여기서 나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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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3.5
주입식 희망은 때로 심리적 고문일 수 있다. 그 예시가 또렷이 담겨있는 고시 스릴러. - 작은 경차 한 대가 눈 쌓인 언덕길을 오르는 씬은 이 시대의 청춘을 상징하는 최고의 메타포였다.
다솜땅
3.5
숨이 막혀서.. 호흡이 곤란하다. 무얼 위한 공부인지, 이젠 내 정신조차 굳어져간다. 그렇게 공부해서 얻어지는게 높은 지위. 그리고 으시대는 어깨. 떠 그렇게 합격해서, 적성문제로 관두면… 시간은 시간대로, 에너지는 어너지대로. 이 엄격한 세상에 너무 숨막히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 #22.12.21 (1378)
이혜영
4.0
시험이 끝나고 일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 창가에 붙여둔 포스트잇을 떼지 못 했다. 합격 발표 후 울었냐는 질문에 합격보다 엄마에게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 다행이였다고 했다. 내가 그려본적 있는 많은 모습들이 영화 속에 있었다.
박화영+
4.0
욕심이 만든 피해자의 시체 위에서 다시. 영화는 돼지 우리를 보여주면 시작된다. 돼지, 고시생. 돼지우리, 하숙집. 한돈, 일류. 이것은 근례 영화 중 가장 잘 쓴 메타포이다. 엄마가 처음 집을 보러 가서 본 창밖 풍경은 딸의 희망찬 미래, 동시에 자신의 자랑거리 넘치는 노년이었을 것이다. 그것 때문에 자신의 등골을 내어주면서 계속해서 반복시킨다. 그 풍경을 보여준 부동산 중계인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욕심을 위해 속이는 인물이다. 그는 이제 외제차를 탄다. 마지막 에필로그에 나오는 난장판의 풍경은 초반부 그것을 지연시키며 자아냈던 궁금증을 상기시키며 터트린다는 점에서 대단하다. 그 풍경은 마치 라엘, 그리고 이전 돼지들의 시체와 같다. 영화를 본 뒤 가장 궁금해지는 것은 라엘이 냉장고에서 본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냉장고가 돼지 고기, 다시 말해 돼지 시체를 보관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냉장고 안은 영화의 초반, 후반에 수미상응하는 난장판과 같을 것이다. 젋은 사장은 요령을 강조하고 포기하지 말라 하지만 정작 그의 행동은 진심 없이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그 행동은 라엘의 엄마와 겹친다. 그래서 사장을 향해 토해내는 라엘의 울분은 엄마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혜 성
3.5
영화끝나고 곧바로 복학준비 공부를 준비했습니다. 장르를 공포/스릴러로 바꿔주세요. 너무 무서웠습니다..
송영빈
4.5
장르는 호러임이 분명
라씨에이
4.0
8.5/매몰비용의 오류를 수 년에 걸처 몸소 증명해낸 뒤 매몰차게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누군가들의 이야기. / 생각보다 크게 별 것 없는 이야기를 좀 과시적으로 늘어놓고 있단 느낌이 좀 들었음. 근데 애초에 영화의 컨셉 자체가 모두가 익히 들어 알고 있고, 겪어보지 않았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흔치 않은 접근 방식과 표현들로 새롭게 연출해내는 것 같았기에 이야기 자체는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음. 애초에 영화라는 게 이야기가 좀 구리더라도 연출로 얼마든지 승부를 볼 수 있는 매체이니 흔한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뻔한 일들을 어떤 식으로 겪어나가는 지가 더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했음. 실제로 영화는 우직한 비유와 함께 어떤 현상에 대한 장르적인 시각 및 접근, 표현 등을 통해 비슷한 류의 이야기들에 비해서도 나름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음. / 오프닝부터 범상치가 않았음. 갑자기 왠 돼지 사육장이 보이고 그 곳에서 들려서는 안 될 법한 어떤 소리가 들려옴. 열심히 뭔가를 쓰고 외우고 있는 듯한 영락없는 공부하는 소리가. 그리고 의도한 건진 모르겠으나 돼지 한 마리가 철창 사이로 카메라를 묘하게 소름끼치는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음. 이내 돼지들이 좁은 공간 안에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 곧 독서실에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는 고시생들을 비유한 것이었음이 드러나고, 영화는 앞으로 주인공을 최소 이 돼지 우리 속 돼지 수준으로 망가뜨려 놓을 것임을 암시함. 실제로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자신이 돼지 우리 속 돼지와 같은 신세가 되어가고 있단 걸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망가지는 주인공을 볼 수 있었음. / 시라이시 코지 감독의 <그로테스크>란 영화가 있음. 소개팅을 한 남녀를 어떤 변태 싸이코 살인마 겸 의사가 납치해서 묶어놓고는 손가락도 자르고, 팔도 자르고, 눈알도 터뜨리고, 성기를 절단하고 고환에 대못을 박는 등 갖은 고문을 가함. 그러다 문득 변심해서 그들을 죽이지 않겠다며 그 전까지의 어둡고 칙칙한 공간과는 상반되는 밝고 화사한 병실에서 정성껏 치료해주고 나가게 되면 자기 몫의 보험금인가도 주겠다며 겁나 희망을 불어넣어 줌. 그런 납치범의 모습에 남녀는 비록 불구가 됐지만 나가서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며 희망에 부풀게 됨. 허나 잠에서 깨어나니 다시 그 어둡고 칙칙한 지하실에 묶여있고, 또다시 변덕을 부린 납치범에게 이전보다 더한 고문을 당하다가 죽게 됨. 위의 영화 속 주인공들의 흐름과 이 영화 속 주인공 혜옥이의 흐름이 굉장히 겹쳐 보였음. 수 년째 계속되는 실패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원인 모를 재채기 및 알레르기 증상까지 얻게 되며 궁지에 몰린 주인공이 모든 걸 포기하려다 자신을 매몰비용의 오류 그 자체로 빗대는 강사의 발언에 자극 받고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초심을 되찾아서 활기찬 음악과 함께 시험을 준비해 나가는데,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 놓고 가장 중요한 2차 시험에 개명 전 신분증을 갖고 가면서 멘탈이 붕괴되고 시험을 망치고, 전보다 더한 나락에 빠지게 됨. 참으로 야속하고 지독하고 무시무시한 희망고문이 아닐 수 없었음. / 뚝심있는 빌드업이 끝내 인상깊게 남았음. 무한리필 고기집에서 주인공이 알바하는 모습을 주기적으로 보여주는데, 어느 시점인지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로 냅다 보여주기만 하니 답답했고, 프리미엄 고기 가져오라고 진상부리는 고객놈이나 아무리 그래도 좀 과장된 톤으로 주인공에게 꼽을 주는 사장의 모습 등, 오버스럽고 진부해 보여서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 법한 묘사들이 섞여있는 전개를 왜 굳이 자꾸 보여주나 싶었음. 때문에 중반부까지도 이건 감독의 욕심이고 명백한 사족이다 싶었는데,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기어이 어떤 의도들을 전달하기 위한 빌드업이었음이 밝혀지며 재평가하게 됐음. 일단 주인공이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가게에서 파는 고기들이 한돈이 아닌 외국산이며 사장놈이 원산지를 속여서 팔고 있었음을 알아차리게 되는데, 혜옥이란 번지르르한 이름으로 개명한 주인공이 쓰레기통에 한 번 버려진 고기처럼 회생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망가졌음을 상징하는 장치로 작용하며 극에 충격을 한 방 먹여줌. 그리고 심지어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는 엔딩의 배경으로까지 쓰이는데, 버려져 있던 고기가 사장놈에 의해 쓰레기통에서 꺼내지고 양념에 버무려져서 주인공의 엄마에게 나가게 되고, 때마침 그 고기와 별반 다를 게 없어진 상태의 주인공이 엄마와 마주치게 됨. 주인공 혜옥이를 저 초라하고 비루한 돼지고기에 비유해서 충격적인 엔딩을 선보이기 위해 돼지 사육장 오프닝부터 해서 영화 내내 정성껏 뚝심있게 고기집 알바씬을 밀어붙였구나 싶어서 긍정적인 의미로 끝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음. / 극중 혜옥 엄마의 묘사가 언뜻 극적으로 보이면서도 굉장히 현실적이고 리얼해서 소름이 좀 돋았음. 자꾸만 시험에 떨어지는 딸을 위로하는 멘트가 연차를 거듭할수록 묘하게 변해가고, 걱정하는 딸을 안심시키려 역에서부터는 택시를 타고 왔다는 식의 적당선에서 타협하는 거짓말도 함. 최대한 아픈 티를 내지 않다가 딸이 보지 않을 때가 돼서야 삐걱거리는 온 몸을 부여잡음. 워낙 지치다 보니 개명하면 일이 잘 풀린다는 식의 미신에 거의 모든 걸 걸고서 일이 잘 되든, 안 되든 매사를 그 미신에 끼워맞춰서 판단하기도 함. 하여튼 엄마의 모든 행동이며 언급까지 하나하나가 미련해 보일 정도로 딸에게 올인하는, 오로지 딸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 이게 또 자식의 입장에서 바라볼 땐 너무나 부담스러웠고, 은연 중에 마구 옥죄들어오는 목에 꽉 맞는 족쇄처럼 느껴졌음. 여기서 주인공이 엄마에게 반항이라도 했다면 갑갑함과 부담스러움이 어느정도는 상쇄됐을 텐데, 주인공은 그런 엄마에게 억하심정으로 내뱉을 법한 매정한 소리는 커녕, 짜증 한 번 내질 않음. 때문에 보고있는 입장에서도 더욱 답답하고 몸서리 처지고 그랬음. / 중간에 자꾸 재채기를 하는 주인공이 백발의 의사가 있는 의원을 찾아감. 거기서 의사가 주인공에게 말을 걸며 자리를 잡고 앉더니 라떼는 말이야 같은 류의 잔소리를 시작함. 이 때까지만 해도 불 보듯 뻔한 소리들을 늘어놓겠거니 했는데, 듣다 보니 의외로 흥미진진했음. 부적이니 카지노니 하며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여러가지 이야기를 꺼내는데, 그냥 쭉 이 할아버지 의사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을 정도로 흥미로웠음. 뭔가 극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걸 보면 배우 같긴 한데, 한편으론 되게 리얼한 느낌도 들어서 정체가 좀 긴가민가했음. 찾아보니 kbs 성우 7기 출신의 성우 겸 배우셨음.
Theo
3.5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운 영화인 것 같다. 그만큼 고시생들의 숨이 턱턱 막히는 현실을 선명하게 그려냈다고 볼 수 있다. 늘어나는 메모장은 채광 좋은 창을 서서히 가렸고 엄마의 전화는 갈수록 부담이 되었다. 재채기는 혜옥이가 할 수 있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며 나오던 연출, 비로소 시점이 겹치던 순간이 혜옥의 스트레스가 정점을 찍는 순간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빽빽한 돼지우리와 빽빽한 고시촌은 좋은 수미상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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