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통조림 공장 노동자인 주인공 스테판은 힘겨운 삶의 현실을 고달파 한다. 궁지에 몰린 그는 자신을 버린 부자 아버지를 무작정 만나러 간다. 인자한 사업가 인상을 주는 아버지 세르주와 달리 그의 새 아내 루이즈와 딸 조르주, 그리고 반항아인 손녀 잔느 모두 사고뭉치처럼 보이며 스테판을 이 저택 밖으로 밀어내려는 듯하다. 생존의 절박함 때문에라도 이 현대의 귀족 계급에 끼어들어야 하는 스테판은 자신이 말단 노동자가 아니라 통조림 공장 사장이라고 신분을 속이게 되고 상황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게 된다. 이후 또 다른 반전을 거듭 보여주면서 변화무쌍한 이야기를 펼쳐가는 스릴러 <악의 기원>은 현대의 계급 갈등과 가족의 딜레마를 건드리는 영화이며, 의외로 여성 연대 드라마의 양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풀타임>(2021)의 주연 로르 칼라미가 스테판을 연기한다. (문석) [2023년 24회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