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도 불구하고 <페어리테일>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다.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등의 20세기의 괴물들이 림보를 떠도는 정치영화이며 공포영화이기도 하다. <아버지와 아들>(2002), <러시아 방주>(2003), <파우스트>(2011)의 러시아 거장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실험정신은 이 기이한 걸작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감독은 독재자들의 아카이브 영상을 디지털로 작업한 후 살아있는 배우처럼 연출한다. 후시녹음으로 제작한 과대망상의 폭군들 간의 대화는 대부분 끔찍하지만, 채플린의 <독재자>(1940)를 상기시키며 코믹한 효과를 자아내기도 한다. 자욱한 안개와 어두운 이미지로 독일 표현주의 감독 무르나우를 오마주한 악에 관한 시, 단테의 『신곡』을 연상하게 하는 <페리어테일>은 경고의 메시지다. “망상을 꿈꾸던 독재자들은 죽었지만 그들의 악마적 사상은 여전히 세상을 부패시키고 있다”. (서승희) [2022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