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주 여성 쑤웬이 임신을 한다. 농장을 운영하는 쑤웬의 남편은 한약까지 사주며 아내를 정성껏 보호하지만, 그의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 지앙은 그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건강이 악화되어 간다. 안정적 지위를 확보했어도 쑤웬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지앙을 쉽게 도울 수 없다. 그렇다고 외면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결혼 이주 여성과 이주 노동자 여성의 위치는 절대 같을 수 없다. 한쪽은 임신을 통해 가정의 울타리 내로 들어갈 수 있지만 다른 한쪽은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난 채 시민으로서의 모든 지위를 빼앗긴다. 그녀들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것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 질서다. 자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만이 포용될 수 있는 사회, 한 존재의 숭고한 노동력은 언제든 쉽게 다른 타자로 대체될 수 있다는 폭력적 인식이 만연한 사회. 그 속에서 이주 여성이 나의 안위와 타인의 안위를 모두 지켜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쑤웬의 무기력함이 이를 증명한다. (이동윤) [2023년 제11회 디아스포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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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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