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사 성현은 영화의 후시녹음을 의뢰받고 고민에 빠져 있다. 주연을 맡았던 여배우 미정은 세상을 떠났고, 그녀가 영화의 결정적인 대목에서 했던 애드리브의 내용에 대해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단역 배우 민영이 미정의 녹음 대역을 위해 성현의 녹음실을 찾는데, 오기로 한 감독은 도대체 나타나질 않는다. <허밍>은 후미진 언덕길과 허름한 녹음실을 배경으로 미지와 상상의 감각을 자극한다. 성현과 민영의 대화, 죽은 미정에 대한 성현의 기억, 성현과 미정이 함께 작업한 영화 장면 등이 서로 교차하며 <허밍>은 현실과 영화, 삶과 죽음, 그 사이 어디쯤에 비스듬히 놓인다. 나른하고 기이한 한낮의 촌극 혹은 으스스하고 슬픈 괴담처럼 전개되며 세상의 비밀스럽고도 중대한 모멘트들을 어루만진다. (정한석)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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