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은 큰외삼촌의 첫 번째 기일을 맞아 엄마와 함께 막내 외삼촌 집으로 향한다. 큰외숙모는 큰외삼촌과 이혼한 후로 연락이 끊긴지 오래다. 김현정 감독의 <외숙모>는 외숙모를 둘러싼 무수한 말들이 부딪히며 만들어 내는 극적 긴장을 영화적 사건으로 다룬다. 이야기는 민경의 시선을 통해 전달되는데 제사라는 일상적 사건이 상기시키는 익숙한 감각들, 벽 너머로 들리는 친척들의 웃음소리, 생밤을 나눠먹는 모습이 먼 기억의 어딘가를 건드리며 서사의 세부를 채운다. 불완전한 기억과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 망자에 대한 연민이 뒤섞인 가족들의 회고는 진실을 향해 있지 않기에 충돌을 거듭한다. 영화는 외숙모라는 인물의 실체적 진실을 공백으로 남겨둔 채 가족이라는 폐쇄적인 공동체와 그 속의 외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김다영) [2020년 제22회 부산독립영화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