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1월 뉴멕시코에서 영화를 찍던 데니스 호퍼는 <바람의 저편>(2018)을 작업 중이던 오손 웰즈를 만나러 로스앤젤리스로 날아간다. <이지라이더>(1969)로 뉴 할리우드 시대를 힘껏 열어 재친 호퍼와 <시민케인>(1941)로 고전기 할리우드의 문법을 바꿔놓은 웰즈, 미국영화사에서 가장 돌출적인 두 거인이 만났다. <호퍼/웰즈>는 그 겨울, 두 사람의 친밀하고 솔직한 대화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성, 폭력, 기독교, 해방, 정치적 급진주의, 영화배우와 관객의 존재, TV, 뉴스, 유년기, 가족의 불화. 그들의 화제에는 제한이 없다. 그 자리에선 “영화감독은 신인가, 마술사인가?” 같은 질문도 자연스럽다. 파스타, 벽난로, 램프, 술잔, 담배연기, 두 대의 필름카메라, 그리고 영화사의 전설적인 두 존재. (강소원)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