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 과학자는 서사의 모럴 정 반대편에 선 채 신체의 훼손과 살인을 자행하는 보디 호러의 대표적 빌런인 동시에 이 기괴하고 잔인하기 짝이 없는 플롯에 과학 이성적 동기를 제공하는 이율배반적 존재다. 어떤 광기 어린 프로젝트는 때때로 인류의 생존과 몸의 보전이라는 생명 과학적 윤리를 설파하며 묘하게 설득력 있는 합리화의 목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물론 다 개소리다. <인간 지네>의 하이터 박사는 이런 일말의 변명이나 합리화조차 시도하지 않은 채, 독일을 여행 중인 미국 관광객들을 납치하여 그냥 꼬매버린다. 입과 항문, 섭식과 배설이 순환을 거듭하는 고문과 인체 실험의 장면들은 어떠한 상징이나 함의도 거부한 채, 신체 훼손이 환기하는 순수한 상태의 혐오와 호기심 그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톰 식스의 <인간 지네>는 연이은 2편과 3편의 공개로 명실공히 세계적인 위상을 얻은 보디 호러 컬트 시리즈의 신호탄이자, 국내 영화제 관객들에게는 즉각적으로 BIFAN을 연상시키는 인장과도 같은 영화다. (박진형)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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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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