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에덴>(2019)의 피에트로 마르첼로는 본인만의 서정적이고 낭만주의적인 필모그래피를 이어간다. 알렉산드르 그린의 러시아 콩트 <스칼렛 세일즈>(1923)를 각색한 영화는 1차 세계대전 직후에 노르망디의 어느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마을에서 배척받는 라파엘(라파엘 티에리)과그의 딸 줄리엣(줄리엣 주앙)은 외롭지만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한다. 어느 날 한 마법사가 훗날 줄리엣이 하늘을 나는 주홍 돛을 단 배에 납치될 거라는 예언을 하고, 줄리엣은 이 예언을 굳게 믿으면서 왕자를 기다린다.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노래하는 장면은 자크 드미의 <당나귀 가죽>(1970)에 대한 오마주다. 하지만 <스칼렛>에서 불굴의 용기와 상상력의 힘을 소유한 자는 왕자가 아닌 공주이며,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왕자를 구하는 사람 역시 스칼렛이다. 피에트로 마르첼로는 황금빛 석양과 두꺼비가 사는 연못으로 시골의 마법을 포착하면서 올해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 영화 한 편을 완성했다. (서승희) [2022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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