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파파야 향기
Mùi đu đủ xanh
1993 · 드라마/음악/로맨스 · 베트남, 프랑스
1시간 44분 · 1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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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사이공, 부자집 하녀로 일하게 된 10살 시골소녀 무이는 그녀와 비슷한 나이대의 말을 잃은 안주인의 보살핌으로 보다 수월하게 도시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주인아저씨의 게으르고 무기력한 태도로 인해 집안은 서서히 기울어져 간다. 10년후, 무이는 젊은 피아니스트의 가정으로 보내지는데 무이의 순수함에 끌린 그는 무이에게 글을 가르쳐 주며 가까이 다가간다. 결국 무이와 주인은 서로에게 점점 이끌리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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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ampe 1 (2nd version)

Interlude B

Estampe 4,5

Interlude B2

Estampe 3

Estampe 9,10
머야 고스
3.5
엄마가 좋아하는 영화. 무언가 정갈한 것, 싱그러운 것, 고요한 것을 묘사할 때 ‘그린파파야 향기에 나오는 것 같이...’라는 표현을 관용어처럼 쓰곤 했다.
진격의*몽글쌤
3.0
위험하고 매혹적이고 청수한 자연미를 인간에게 덧씌운다면.
다솜땅
4.0
조용하고 네츄럴한데...한편의 클래식이 흘러나오는듯 감미롭기도 하다. 무이가 자라가고 집이 바뀌는 모습속, 무이의 모습은 많이 변하지 않은 듯. 그 속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 마치 그린 파파야의 향기가 들린다.
천수경
5.0
이 영화 속 시간은 인간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거침없는 시간만큼이나 당차게 소녀가 커간다. 눈이 땡그란 무이는 그저 풍요로운 줄만 알았던 집안의 비애를 차근차근 알아간다. 멀리서 걸어온 첫날, 엄격해 보이는 마님은 푹 잘 시간을 넉넉히 준다. 한꺼번에 많은 일을 배워 정신없던 둘째 날 밤, 자려고 누운 선배가 조곤조곤 전해주는 얘기들을 듣는다. 앞으로 배울 것들 중에는 부엌일 외에도 더 있는 듯하다. 그걸 삶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자신과 똑 닮은 죽은 소녀의 사진을 마주하고, 잘생긴 손님이 누구냐고 물어가면서 알게 되는 것들. 이유 없이 적대적인 꼬마 도련님이 있는가 하면 이유 없이 친절한 옆집 할아버지도 있다. 나중에 그로부터 듣게 된 짝사랑 이야기엔 인생의 중요한 진실이 잔뜩 담겨 있고. 무이가 일에 자신감이 붙을 때쯤 또래 도련님은 혼자 우는 엄마의 발등을 쓰다듬는다. 작디작은 손으로. 토닥토닥. 세월이 흘러도 제 식량을 챙기는 개미들은 언제나 경이롭다. 무이의 눈엔 그렇다. 그러니 집안일을 매끄럽게 터득해 간 자신을 기특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식재료 하나하나 다듬고 요리로 작곡해가는 그녀의 손길엔 오만하지 않은 자부심이 있다. 그 능숙함에는 호기심도 아직 몇 방울 배어 있다. 일에 통달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기쁨을 유지하는 게 목적이라는 듯한 무이라서. 하루의 일을 마치고 맨발로 개구리한테 슬쩍 인사를 건네는 무이라면. 세상사 다 알지는 못해도 혼자 살 수 있는 존재는 없다는 것 정도는 알 테다. 그녀가 글을 알아가고 사랑에 스며드는 과정이 그래서 마음 찢어지게 아름답다. 잘 지내, 무이. 나와 연년생인 동생, 그리고 갓 태어난 막내까지 혼자 키울 수 없었던 젊은 엄마는 집에서 함께 먹고 자는 도우미를 뒀다. 중국인일 때도 있고 조선족일 때도 있었다. 우리 집을 거쳐 간 그녀들은 내 삶의 당연한 존재들이었다. 주로 막내를 돌보는 일에 매진했고, 주기적으로 바뀌기도 해서 내 마음을 크게 주진 않았다. 그런데 그중 또렷하게 기억나는 한 사람이 있다. 나의 중2병이 일찍 찾아온 5학년 즈음 계셨던 분이다. 다른 분들에 비해 젊었고-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엄마와 크게 차이가 안 났을 것이다- 내 수학 숙제를 대신 하게끔 시켰던 기억이 있다. 암산이 뛰어난 그녀가 두 자릿수 곱셈을 지나치게 깔끔하게 풀어서 나는 ‘계산기가 아닌 손으로 푼 흔적’을 티 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녀가 문제 푸는 걸 즐거워한 것이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동생이 엄마한테 이른 후엔 도움받지 못했지만. 엄마가 종종 안방에서 닌텐도나 컴퓨터 게임, 영화에 빠져 사는 동안 이름 모를 그녀는 우리의 아침과 도시락, 간식, 저녁까지 만들었다. 나와 동생들이 ‘취객 놀이’를 하느라 사과주스를 시도 때도 없이 바닥내도 부지런히 채워줬고, 부엌 찬장의 모든 라면을 뜯어서 스프만 먹어도 그녀는 어찌저찌 처리했다. 우리의 기행들을 묵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던 걸까. 날이 갈수록 극악해진 나의 벨튀에 진절머리가 난 일본인 노부부가 찾아왔을 때도 그녀는 훌륭한 외교관처럼 그들을 달래서 보냈다. 엄마는 알 필요 없이. 나와 동생들이 거실 TV로 19금 영화를 볼 땐 그녀도 어딘가에서 나타나 우리만큼이나 집중했다. 엄마가 우울과 히스테리의 집합체이긴 해도 양육에서 완전히 손을 뗀 건 아니었다. 내가 학교에서 영어로 배운 내용을 똑같이 한국말로 배울 수 있도록 한국어책으로 직접 과외도 해주고, 한국 음식들-만두나 돈까스 따위-를 손수 만들 땐 거실에 재료들을 펼쳐두고 나와 큰 동생을 참여시켰다. 만으로 네 살이 되기 전에 한국을 떠나온 나에게 한국은 막연한 동경의 땅이었다. 그러니 돼지고기를 계란에 묻힌 다음 빵가루! 의 과정은 무척 중요했다. 그러다가 엄마는 기분이 틀어졌을 때 우리를 쥐 잡듯 잡았다. 자기 몸에서 나온 애들이 아니라는 듯. 맥락이라는 것 없이. 참으로 사랑스럽게 생긴 사람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한국말을 모르는 그녀가 세세히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 집구석의 쪽팔린 면모를 다 목격하는 꺼림칙한 존재였으니까. 오랫동안 내게 불편한 시간으로 기억된 날이 있다. 엄마만큼이나 제멋대로였던 우리 중 누군가가 괴상한 짓을 들켰을 것이고-엄마의 헌금 봉투에서 돈을 너무 많이 훔쳤다거나, 숙제를 몇 주째 안 해가서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거나-그 모든 일과 무관하게 엄마는 인생에 갖는 불만에 기인한 ‘훈육‘을 했을 것이다. 엄마가 동생의 학교 교재를 전부 찢고 학교 같은 건 때려치우라고 소리 지르고 있었을까. 죽은 척하고 내 방에 있는데, 엄마보다 조금 더 언니였을 그녀가 들어오더니 어서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내가 제일 아끼는 원피스를 직접 옷장에서 꺼내어 다소 강한 어조로 말했다. 무슨 상황인지 몰라도 왠지 따라야만 할 것 같은 목소리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 당황한 나의 머리를 땋아주기까지 했다. 내가 좋아한 중국 사극의 공주처럼 휘황찬란한 머리로 만들어주었다. 그러고선 자기와 갈 곳이 있다며 내 손을 끌고 집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나를 데려간 곳은 시장이었다.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맥도날드와 마트, 쇼핑몰이 있는 38층짜리 주상복합단지에 살던 나로선 모든 게 낯설었다. 시장에는 개구리, 알록달록한 새들, 뱀, 노천 식당들, 자동차를 찍어낼 것 같은 빵 기계, 노숙자들, 서서 밥을 먹는 사람들, 없는 게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두부를 샀다. 엄마한테는 마트에서 사는 것이라고 하고 아낀 차액이 그녀의 몫이 되는 걸지도 몰랐다. 겨우 두부를 사고 우리는 발걸음을 돌려 왔던 길을 다시 걸었다. 다만 집으로 가지 않고 그녀는 나를 아파트 놀이터에 데리고 갔다. 우리는 한동안 거기에 앉아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파티에 갈 것 같은 차림으로 고작 시장에서 두부를 사고 놀이터에 앉아있다니. 내 신세가 서러웠다. 내 인생이 그토록 시시하다는 사실에 압도당했다. 그 불편감이란. 하지만 그 날로부터 멀어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생생해진 건 그녀를 향한 감사의 마음이다. 그러니까 놀이터 벤치에 말없이 앉은 그녀의 옆모습을 보며 나는 알게 된 것이었다. 내 눈에 그만 담길 필요가 있는 풍경을 막아주려고 그녀는 나를 집 밖으로 끌어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굳이 두부를 사야 했고, 나를 달래주는 법이라곤 머리를 예쁘게 땋아주는 것밖에 없어서 본인도 당황한 것을. 그런 순간들 덕분에 저는 정신머리가 어느 정도 박힌 사람으로 컸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내가 언젠가 깨우칠 것을 그녀는 다 알고 있는 듯, 차분하게 앉아있었다.
Jihye Kim
3.5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벌레 우는 소리, 파파야 써는 소리에 버무려진 절제된 감정과 동선. 여자의 일생은 결국 거기서 끝나는 건가 싶던 마지막 빼고는 다 좋았다.
P1
3.0
대사도 개뿔도 없고 죽도록 피아노 두들기는 소리,모기향 냄새만이 지독히 풍겨오는 미쟝센. 정갈하게 파파얀지 파파곤지 베트남 무시 채썰고 피쉬소스 적셔 뿌리는 클로즈 업의 미학.
유권민
3.5
그저 아름다운 것들을 찍어 나열한 느낌인데 또 그게 그림이 되는 예술의 이중성. 베트남 한 소녀의 행복을 간절히 빌게되었다. 그린 파파야가 어떤 향기인지 맡아본적이 없지만 분명 순수한 싱그러움이 느껴질 것 같다.
Jay Oh
3.5
슴슴, 잔잔, 은은. Lightly seaso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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