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시오드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영화화한 바 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소설 『살인자들』(1927), 이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1942). 네 편의 단편 옴니버스 영화 <더 킬러스>는 이 두 고전 작품을 모티프 삼고, 그 이미지를 미장센으로 얼마간 차용한다. 4인의 감독이 각기 다른 감성과 감각으로 죽음과 기다림의 누아르 세계를 펼쳐냈다. 흡혈에 이은 각성, 괴력의 발현을 그린 김종관의 <변신>, 청부살인과 하청노동의 피라미드 구조가 맞물려 돌아가는 노덕의 <업자들>, 특급 살인마로 불리는 미지의 인물을 추적하는 장항준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영화를 향한 오랜 꿈, 세태에 관한 알레고리의 난장인 이명세의 <무성영화>까지. 특히, 배우 심은경이 전혀 다른 역할, 얼굴, 방식으로 네 편 모두에 등장해 반가움을 더한다. 감성 심리 액션 활극의 색다른 모음이다. (정지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칼이 꽂힌 채 눈을 뜬 남자, 어마어마한 금액의 살인을 의뢰하는 여자, 모두가 기다리는 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 어두운 밤 의문의 식당. 한 사람이 들어서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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