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안의 딸 ‘냐이’는 명문가의 며느리가 되어 새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웅장한 대저택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는 비밀이 있다. 깊은 밤 울려 퍼지는 정체 모를 울음소리, 흔적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 끝없이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마침내 ‘냐이’는 피의 계약과 저주의 굴레에 마주한다. 보름달이 떠오르는 순간, 봉인된 비밀은 깨어나고, 귀목의 저주는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19세기 베트남. 어린 신부 나이는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부 가문으로 시집온다. 피로 새긴 혼인 서약과 엄격하면서도 기이한 가법에 숨이 막혀 가던 나이는 끝내 부 가문에 도사린 욕망과 저주를 목격한다. 그 근원에는 목신(木神)과 맺은 끊을 수 없는 가문의 맹약이 있다. 깊은 밤, 오래된 대저택의 서까래를 타고 퍼지는 기이한 진동은 목신의 존재를 한층 섬뜩하게 부각시킨다. <퓨리>(2019)에서 묵직한 여성 액션을 선보였던 레반 끼엣 감독이 이번에는 베트남의 토속 신앙과 보디 호러를 결합해 아시아 포크 호러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유교적 가부장제와 욕망으로 뒤틀린 가족사, 이에 짓눌린 여성의 한은 피에 젖은 육체로 형상화되고, 목조 고택의 삐걱거리는 소리는 잠들어 있던 공포를 깨워 불면의 밤을 부른다. (채경훈)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