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첫인상은 카사베츠의 <영향 아래 있는 여자>(1974)에 가깝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여성이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벌이는 일탈의 행동.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빈센트 갈로의 <브라운 버니>(2003)와 비슷한 유의 영화처럼 보인다. 길 위에 선 인물이 과거의 어떤 지점을 향해 거꾸로 떠나는 여정. 단순해 보였던 영화는 결코 선형적이지 않은 구조다. 30분 정도의 지점에서 얼핏 갈피를 잡게 하지만, 뒤섞인 시간과 공간 안에서 불쑥 끼어드는 플래시백과 정서적으로 연결된 인물을 제대로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마티유 아말릭이 무언가를 숨겨 반전을 의도한 건 아니다. 그는, 영화가 마침내 도착하는 지점에서 느끼게 될 감정을 유예하기를 원한다. 대사와 이야기를 쫓기보다 인물의 표정과 몸짓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결에 나란히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다. (이용철)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러브레터 30주년 스페셜 에디션
첫 개봉의 감동을 재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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