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자마 차림으로 강아지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는 레오스 카락스다. 하지만 그가 아니기도 하다. <홀리 모터스>(2012) 초반부에도 등장했던 감독의 분신은 자기 방에서 유령 관객이 가득한 영화관으로 이동한다. 레오스 카락스는 <잇츠 낫 미>에서 다시 한번 시네마의 유령이 가득한 몽환적 여행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카락스의 자동응답기에서 장 뤽 고다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감독은 1939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미국 나치당 전당대회를 비롯한 20세기 역사 아카이브 영상과 여러 이미지를 콜라주한다. 고다르의 음성처럼 먼 곳에서 들리는 카락스의 내레이션이 영상과 오버랩된다. 고다르와 카락스는 지난날의 과오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인류 미래에 대한 비관론을 공유한다. <잇츠 낫 미>는 레오스 카락스 자신의 시네마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나쁜 피>(1986)와 <퐁네프의 연인>(1991) …여기에도 유령은 존재한다. 유명을 달리한 <폴라 X>(1999)의 배우들, 데이비드 보위. 하지만 <잇츠 낫 미>는 추모 영화가 아니다. 감독의 딸은 희망의 상징이며, <아네트>(2021)의 꼬마 인형은 <나쁜 피>의 그 장면, 드니 라방의 질주를 재연하기 때문이다. 카락스에게 시네마를 추구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닌, 젊음과 젊음의 에너지다. (서승희)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제1회 서울아트하우스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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