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가족들에게 통지표(성적표)를 보여주기 싫었던 주인공은 선생님도 통지표를 받아야 한다는 발칙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런 와중에 새로 들어온 선생님과 이런저런 마찰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우정이 쌓이게 되는 훈훈한 이야기다.
학창시절의 추억 중 하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이 오면 항상 같이 쫓아오는 것이 있었으니 적지 않은 방학 숙제와 같이 건네 받았던 공포의 성적표. 그것은 마치 달콤한 방학의 길에 들어서기 전의 씁쓸한 통과의례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두려움의 대상인 동시에 집에 가는 길에 버리고 싶었던 성적표의 존재가 지금에 와서는 아련한 추억의 대상이 되어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생님의 통지표' 가 원제인 이 작품은 새로 부임한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과 학생들의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여느 어린 아이처럼 아직 당근을 못 먹고 몰래 당근을 뱉어내거나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에도 환하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순수하고 마음 따뜻한 새내기 선생님의 어리버리 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에 아이들은 어느새 친구가 되어 버린다. 하루를 꼬박 새워가며 정성스럽게 성적표를 써내려가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잊고 있었던 선생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어린 시절 추억의 선생님들이 생각나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영화. 유년시절에 우리 선생님은 과연 몇 점이었을까? (박부식)
1977 아시아영화제 작품상, 감독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