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촬영된 이 놀라운 영화는 1978년부터 1988년까지 한 남자의 삶을 따라간다. 루이는 아내와 젊은 딸이 있는 가장이지만 평범한 삶에 권태를 느끼고, 뒤늦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집을 나온 그는 이제 여러 남자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폴 베키알리 감독의 <앙코르>의 주인공 루이는 후천성 면역결핍증에 걸린 인물로 나온다. 베키알리 감독은 이렇게 프랑스 영화에서 처음으로 동성애와 후천성 면역결핍증을 같이 다룬다. 그러나 <앙코르>에서 이 결합은 동성애적 관계가 후천성 면역결핍을 일으킨다는 식의 고발이 결코 아니다. 영화는 당대 사회가 은폐하고 있던 사람들의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그들의 삶이 사회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담담히 고찰하게 한다. 영화는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에피소드는 한 해에 하루 또는 이틀간의 루이의 삶이다. 마지막 에피소드 이외에 각 에피소드는 오직 하나의 플랑 시퀀스로 구성되었다. 영화적 형식의 제약을 창조성 발현의 동력이라 여겼던 베키알리 감독은, 영화의 컷과 달리 단절되지 않는 우리 삶을 영화적 방법으로 구현하는 독특한 실험을 <앙코르>를 통해서 하고 있다.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