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현대사를 살아온 인물들의 역동적인 삶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농밀한 드라마로 스크린에 옮겨왔던 허안화 감독이 마음속에 품어왔던 프로젝트를 실현한다. 홍콩 현대 시의 자취를 더듬는 일이다. <엘레지>에서 허안화는 그가 주목하는 시인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족적을 유연하게 정리하며 그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비추는 동시에 그들의 시를 들려준다. 영화는 특히 두 명의 시인에 주목한다. 고유한 삶의 방식과 리듬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황칸란’과 변화하는 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거듭 변모하는 ‘류와이통’의 세계를 세심하게 조명한다. 다채로운 생의 감각을 지닌 시인을 향한 존경과 시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허안화는 생의 두터운 감정이 실린 영화를 내놓았다. 올해 홍콩국제영화제 개막작. (홍은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