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 근교 소도시의 여름. 아이들은 마당 풀장에서 물놀이에 여념이 없고 어른들은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평범한 여름날의 광경이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와 카메라의 시선은 그 안에 숨겨진 온갖 나쁜 것들(!)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웃의 아내를 탐하는 아저씨의 시선, 아버지의 스마트폰 속 음란물을 열심히 연구하는 아들, 임신한 청소녀와 그녀에게 사로잡힌 꼬마. [2020년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다미아노, 파비오 디노첸조 형제의 두 번째 장편 <배드 테일즈>는 나른하고 평화로운 일상 뒤켠 숨겨진 기이한 얼굴들을 통해 인간사회의 민낯 그 자체를 드러낸다. 목적없는 서사와 이를 느슨하게 엮어내는 중년 남성의 건조한 보이스오버는 80년대 언제쯤인 듯한 레트로 이미지, 일상 속 사물들의 그로테스크한 클로즈업 등 시청각적 브리콜라주와 만나면서 디노첸조 형제 특유의 블랙코미디적 소우주를 구성한다. (박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