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희순할매의 동네(이화동)로 부안할매가 새로 이사오면서 전쟁 같은 폐지 전쟁이 시작됐다. 시간이 갈수록 열세로 몰리던 희순할매는 이삿날 박스 대목을 노리려는데 부안할매 또한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밤에 집 근처 골목을 지나갈 적에 할머니 몇 분을 종종 마주치곤 한다. 지나치는 이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할머니는 그 어둠 속에서 쓰레기봉지를 열어서 뭔가를 찾거나, 폐지 따위를 끌차에 차곡차곡 쌓곤 했다. 한 귀퉁이에서 작업이 끝나면 또 다른 귀퉁이를 향해 스르르 가는 모습이 꼭 야생동물 같다고 생각했다. 대장처럼 꼬이고 꼬인 도시 골목에서 야생성을 키워나가는 할머니의 모습은 매우 서글픈 풍경이지만, 그 안에 어쩌면 꽤나 터프한 구석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